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단행한 3개 부처 개각은 전형적인 회전문·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현 정권 시작부터 3년여 동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뒤 외교안보특보로 일해왔고,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여당의 대표적 친문계 의원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선 때 약속한 탕평·균형인사는 온데간데없고, 개각 때마다 ‘내 사람 챙기기’식 좁은 인재풀에 의존해 나라 안팎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특히 외교·안보 정책에서 난맥상을 초래한 책임이 있는 정 후보자를 다시 기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대북정책 근간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한·미, 남북한, 미·북 협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러나 복잡한 정세를 오판해 외교·안보 실패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나친 대북 유화정책으로 북한 비핵화는커녕 핵·미사일 고도화를 방치한 결과를 가져왔고, 한·미 동맹이 흔들리고 일본과는 더 멀어졌으며, 중국엔 대놓고 무시당하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
대통령의 인사는 그 자체로 메시지다. 문 대통령이 이런 정 후보자를 외교수장에 다시 발탁한 것은 대북정책 기조를 그대로 밀고가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간의 ‘싱가포르 선언’을 출발점으로 미·북 대화를 주선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북 강경론자들이 포진한 바이든 행정부는 ‘비핵화 없이는 제재 완화도 없다’는 기조다. 어설픈 중재자로 나섰다간 자칫 동맹 균열을 더 키울 공산이 크다.
소위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두 현역 의원을 장관에 지명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작년 말부터 세 차례에 걸친 개각에서 장관 아홉 자리 중 다섯 자리를 여당 의원들로 채웠다. 더욱이 황 후보자는 문화체육계에서도 의아해할 만큼 관련 경력이 거의 없다. 의원내각제 국가도 아닌데 아무리 청문회 통과를 염두에 뒀다고 해도 장관 자리를 의원들 경력쌓기용 정도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