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하 삼양그룹 명예회장 "제조업으로 산업보국"…정도경영·현장 중시한 경영인

입력 2021-01-20 17:41
수정 2021-01-20 23:52
국내 대표 장수기업인 삼양그룹을 이끌어온 김상하 삼양그룹 명예회장이 2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고인은 삼양그룹 창업주 수당 김연수 선생(1896~1979)의 7남6녀 중 5남으로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1949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삼양사에 입사했다. 입사 후 형인 김상홍 명예회장(1923~2010)과 함께 부친을 도와 정도경영과 중용을 실천했다.

고인은 1950~1960년대에 삼양사의 제당, 화섬 사업 진출을 위해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울산 제당 공장, 전주 폴리에스테르 공장의 건설 현장을 이끌었다. 사장과 회장을 지내며 폴리에스테르 섬유 원료인 TPA,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전분 및 전분당 사업에 진출해 식품 및 화학 소재로 삼양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1996년 삼양그룹 회장에 취임, 포장재와 의약바이오 사업에 진출해 삼양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그는 현장을 중시했다. 고인은 “산업보국을 위해서는 제조업을 영위해야 하며, 근간은 ‘품질 좋은 물건을 생산해 적기에 공급한다’는 단순한 진리의 실천”이라고 강조해왔다. 또 매달 한 번씩 공장을 순회하며 “현장 직원들이 삼양의 삶을 책임진다”고 격려했다.

고인은 2010년 양영재단, 수당재단, 하서학술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인재 육성과 학문 발전에 기여했다. 고인은 투병을 시작하기 전까지도 매일 서울 연지동 삼양그룹 본사로 출근해 재단 활동을 직접 챙기며 장학사업과 학문 발전에 애정을 쏟았다. 대한상공회의소장, 대한농구협회장, 제2의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한일경제협회장, 환경보전협회장을 비롯해 최대 100여 개 단체를 이끌며 경제, 체육, 환경, 문화 등 사회 전반의 발전에 헌신했다.

1988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해 12년간 재임하며 역대 최장 재임 기록을 세웠으며, 대한농구협회장도 1985년부터 12년간 맡아 한국 농구의 중흥을 이끌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동탑산업훈장(1975), 국민훈장 무궁화장(2003) 수훈을 비롯해 자랑스런 전북인상(2008) 등을 수상했다.

고인은 2014년 그룹 창립 90주년 행사에서 “삼양이 오늘과 같은 가슴 벅찬 순간을 맞을 수 있는 것은 전 임직원이 ‘삼양훈’과 ‘중용정신’을 지켜왔기 때문”이라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겸손한 자세로 더 많이 배우고 계속 도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박상례 여사와 아들 원(삼양사 부회장), 정(삼양패키징 부회장) 등 2남이 있다. 삼양그룹은 고인의 유지를 따르기 위해 조문을 비롯해 조화, 부의금을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 발인은 22일 오전 8시20분. 02-740-7036(삼양홀딩스), 02-3010-2000(빈소)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