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판 삼아 '퀀텀점프'…작년 '매출 1조 클럽' 첫 10곳 넘었다

입력 2021-01-20 17:12
수정 2021-01-21 02:11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사상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기업 수(11개)로 따질 때 정보기술(IT·18개)과 화학(12개)에 이은 ‘넘버3’ 업종으로 올라섰다. 바이오의약품 수탁생산(CMO)과 진단키트,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수출 확대에 힘입어 코로나19에 따른 의약품 수요 감소 파고를 넘었다는 분석이다. ‘빅3’ 산업으로 도약한 제약·바이오 20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긴 상장사(증권사 평균 실적 전망치 기준)는 모두 157개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제약·바이오기업은 10개로 집계됐다. 올해 상장 예정인 진단키트회사 SD바이오센서를 포함하면 11개다. 이 회사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씨젠이 새로 매출 1조 클럽 멤버가 되면서 2019년(8개)에 비해 3개 늘었다.

지난해 제약·바이오업계의 매출 챔피언 자리는 셀트리온이 차지했다. 1조8687억원으로 전년보다 65.6%나 확대됐다. 2위도 형제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1조7544억원·59.4% 성장) 몫으로 돌아갔다. 유한양행은 폐암 치료제 신약 렉라자 기술 이전료로 1억달러(약 1100억원)를 받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지만, 셀트리온 형제의 높은 성장세에 밀려 2019년 1위에서 지난해 3위로 주저앉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치료제를 잇달아 수주하면서 1조 클럽(1조749억원)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SD바이오센서(1조6000억원)와 씨젠(1조470억원)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폭발한 데 힘입어 제약·바이오업계의 ‘신데렐라’가 됐다. 두 회사의 매출은 1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새로운 강자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제약·바이오는 매출 1조원 이상 기업 수로 따질 때 IT 및 화학과 함께 국내 3대 ‘대들보’ 산업이 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휴대폰 등 IT업종에서 매출 1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 회사는 18개다. 화학업종은 12개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게임 업종과 철강업종은 각각 8개와 6개에 그쳤다. 코로나19 딛고 퀀텀 점프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막 시작된 올초만 해도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이 전년만도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감염 가능성 때문에 병원 약국 방문이 줄어 의약품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퀀텀 점프(대도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초기 2만8022㎡ 규모의 인천 송도 공장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가상현실(VR) 시스템을 구축해 ‘온라인 세일즈’에 나섰다. 공장 실사를 위한 한국 방문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발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온라인 실사를 통해 작년에만 1조8000억원 규모의 신규 CMO 계약을 맺었다.

깜짝 실적을 이끈 ‘쌍두마차’는 바이오시밀러와 진단키트 업종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주력 제품으로 밀고 있는 램시마SC의 성장세가 실적 향상에 큰 힘이 됐다.

진단키트 업종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주목받았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월부터 코젠바이오텍 씨젠 바이오니아 랩지노믹스 등이 진단키트를 속속 내놨고 모두 ‘대박’을 터뜨렸다. CMO, 바이오시밀러, 진단키트 수출 호조로 국내 바이오헬스산업 수출액은 지난해 141억달러(약 15조25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54.4% 늘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