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차기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는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미국은 경쟁우위를 얻기 위해 약달러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다른 나라가 그렇게 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골적으로 달러 약세를 요구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 대조된다.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6개 국제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5주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미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민주당이 의회와 백악관을 장악하면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패키지가 무난하게 가동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이런 기대감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빠르게 밀어올렸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약달러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는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추가적인 달러화의 가치 하락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미 중앙은행(Fed)이 여전히 팽창주의적이라는 점이다. Fed의 목표 금리 범위는 하한선을 0으로 두고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타격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대차대조표를 7조1300억달러까지 늘렸다. 전년 대비 75% 증가한 규모다. Fed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철회할 수 있지만, 이는 먼 미래의 일이다. 지난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금은 출구 전략을 논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경기부양책이다. 미 민주당은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연방의회 상원의 다수당이 됐다. 이로써 바이든 대통령의 1조9000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책이 통과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하면서 정치적 긴장감이 다시 높아졌다. 경기부양책이 지연되거나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우리는 경기부양책 규모가 2조 달러보다는 1조 달러에 가깝게 결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경기부양책은 당장 경기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겠지만, 달러화 가치는 떨어뜨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로테이션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지난 10년간 평균 이상으로 미 달러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쌓아왔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채권, 주식이 주요 10개국(G10)보다 높은 실적을 거두면서다. 재분배는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달러화는 수년에 걸쳐 강세와 약세를 반복하는데, 경기 침체는 이같은 움직임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강조하고 싶다.
G10 통화 가운데 미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 상품 생산자 통화, 영국 파운드화 같은 통화가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위안화, 인도네시아 루피아, 인도 루피 등 고수익 통화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모든 통화가 달러 약세로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일본 엔화의 경우 하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내 안전 자산 수요 증가하고 있는 데다가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