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여성정책개발원 ·경북도, 여덟 번째 경북여성 구술생애사 발간

입력 2021-01-20 11:02
수정 2021-01-20 11:15


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최미화)은 경북도와 함께 여덟 번째 경북여성 구술생애사 ‘경북 여성기업인의 삶’을 발간했다고 20일 발표했다.

'나는 경북에 있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구미, 경주, 경산, 청송, 칠곡 지역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 CEO 5명의 진솔한 삶과 생생한 기업경영 허-스토리(Her-story)가 담겨 있다.

시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비법으로 대맥장을 제조하는 한국맥꾸룸을 창립?운영하고 있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45호 성명례 대표(73세), 삼성제침가의 맏며느리에서 평사원을 거쳐 대표까지 올랐다가 삼성금속을 독자적으로 설립?운영하고 있는 김숙희(71세)대표 등 다섯 명이다.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던 고통 속에서도 오히려 천연한방에 대한 관심을 키워 하늘호수라는 한방화장품 회사를 만든 서미자 대표(64세), 남편의 학업과 교통사고 후유증을 묵묵히 뒷바라지하며, 진산크라텍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구미여성기업인협의회 창립 멤버 엄재숙 대표(64세),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늦깎이 CEO로서 자동차부품회사인 경보라인을 운영하며 여성기업인협회 경주지회장으로 바쁜 삶을 살고 있는 박운형 대표(63세)도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여성이 대표일 리 없다는 생각에 남자 대표를 찾아오라는 요구에서부터, 대출을 지원할 때 남편을 보증인으로 요구한다든지, 호칭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든지, 여자가 뭘 알겠냐는 불신, 그리고 남성들만의 네트워크에 끼워주지 않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어려움까지… 여성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문화 속에서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경험했다.

가사와 자녀양육에도 소홀할 수 없어 1인 2역, 3역을 담당하며, 부단히 편견과 한계에 맞섰던 다섯 명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 한 가정이 아닌 수많은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여성기업인들의 깊은 고뇌와 지혜를 만날 수 있다.

2007년부터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 독립운동가 후손, 파독간호사, 문화예술인, 해녀와 어촌여성 등 58명의 생애사를 채록해 왔다는 최미화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은 “여성이 기업을 운영한다는 게 이제 더는 낯설지 않은 시대"라며 " ‘살아 온 게 꿈’이라고 표현한 어느 CEO의 말처럼 삶의 긴장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았던 선배들의 삶이 마중물이 된 결과라고"말했다. 최 원장은 "구술생애사는 우리 역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들의 삶을 조명해 젠더 데이터 공백을 메꾸어가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