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K5' 물거품…文정부 최장수 장관 물러난다

입력 2021-01-20 11:10
수정 2021-01-20 11:31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전격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교체를 결정하고 후임에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내정했다. ‘5년 임기를 채울 것’이란 의미로 ‘K5’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던 강 장관은 결국 5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황희 국회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권칠승 국회의원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정 후보자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외교관료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3년 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으며 외교안보 분야의 ‘실세’ 콘트롤타워로 알려져왔다.

당초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강 장관은 임기 4년차에 물러나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최장수 장관이었던 강 장관은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을 전면 교체할 때도 홀로 살아남았다. 당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따라 외교·안보라인 쇄신 요구에 따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먼저 사임했고, 이번에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오른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교체됐다. 강 장관은 이때 교체 대상에서 제외되며 강 장관의 영문 이니셜을 딴 ‘K5’, ‘오(五)경화’ 등의 별칭이 생겼다.

하지만 강 장관은 그동안 정부 내에서 외교 수장으로서의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강 장관은 장관 임명 전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다자외교 전문가로 활동했지만, 정작 외교부 장관에 임명된 이후에는 정부의 북핵 외교와 미·중·일·러 4강 외교에서 발언권이 약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강 장관이 뛰어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외신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기여했다는 평도 있었지만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오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강 장관은 인터뷰에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제한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교롭게도 외교부 장관 교체 발표는 지난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강 장관 비난 담화 한 달 만에 나왔다. 당시 김여정은 강 장관이 “북한이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고 한 발언을 두고 “주제 넘은 망언”이라며 “두고두고 기억하고 정확히 계산하겠다”는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 담화 직후에도 강 장관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지난해 7월 통일부와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외교안보라인 교체도 김여정의 대남 비난 담화 발표 한 달만에 이뤄졌다.

한편 정의용 장관 후보자는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한다”며 “모든 절차가 끝나고 임명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외교정책이 결실을 맺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