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조인 탓, 돈 빌릴 데 없는데"...불법사채금리 평균 이자율 연 145%→401% 껑충

입력 2021-01-20 11:13
수정 2021-01-20 16:18

불법사채(미등록 대부업)의 평균 이자율이 연 40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최고금리(연 24.0%)의 16.7배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에 비해 불법사채 피해 신고건수도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때문에 대부업계가 신규 신용대출을 줄이면서 갈곳을 잃은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총 5160건의 불법사채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 환산 평균이자율이 401%로 집계됐다고 20일 발표했다. 2019년(연 145%)보다 세 배 가량 높은 금리다. 피해자들의 평균 대출금은 992만원, 거래기간은 64일로 집계됐다.

협회가 의뢰받은 불법사채 거래내역도 코로나19 사태 전에 비해 세 배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경찰 등 사법기관으로부터 불법 대부업체가 매긴 이자율을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기 위해 사건을 의뢰받는다. 불법 대부업체는 급전대출, 일수대출, 담보대출 등 영업방식이 다양한데다 일 단위로 이자를 매기는 사례가 대부분이어서다. 이자에 더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뢰받은 사건에서 가해자가 매긴 금리가 법정 최고금리를 넘어섰다고 협회가 판단하면 이를 참고로 경찰이 수사하는 식이다.

협회가 사법기관으로부터 협조를 요청받은 의뢰건수는 지난해 3470건으로 2019년(345건)의 열 배에 달했다. 직접 피해자로부터 신고받은 건수도 703건에서 1690건으로 급증했다.

급전대출(신용)이 483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2019년(788건)과 비교해서도 여섯 배 늘어난 수치다. 일수대출은 285건, 담보대출 45건으로 뒤를 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안좋은데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영향까지 겹치면서 불법 사금융에서라도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부업계는 법정 최고금리가 잇달아 깎이면서 신규 신용대출을 계속 줄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은 15조431억원으로 2019년말보다 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7조9000억원으로 2019년말에 비해 11.9% 줄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0%에서 20.0%로 추가 인하될 예정이다. 저신용자들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햇살론 17도 연체 이력이 없어야 받을 수 있다. 연체가 있는 대부분의 저신용자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발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협회는 2015년부터 수사기관과 피해자를 대상으로 이자율 계산을 대신하고 있다. 불법사채 피해자가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사채업자와 전화 등으로 접촉해 법정금리 안으로 채무조정을 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는 지난해 458건(대출금액 6억9755만원)의 불법사채 피해에 대해 법정금리 이내로 이자율을 재조정했다. 법정 최고금리보다 초과 지급한 28건에 대해서는 초과 이자 4438만원을 채무자에게 반환 조치했다.

대부협회는 "불법사채업자들이 최근 인터넷 및 대출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자영업자 및 저소득자 등에게 허위·과장 광고로 유혹해 고금리 사채를 받게 하는 등 피해를 주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등록 대부업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정 최고금리 제한 규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해 가중 처벌된다. 초과 수취한 이자는 무효로 채무자에게 다시 반환해야 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