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신고 뒤 심해져"…공소장에 담긴 잔혹한 '정인이 학대'

입력 2021-01-20 10:19
수정 2021-01-20 10:34

생후 16개월 여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의 폭력행위는 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될수록 더욱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정인이 양부모의 공소장에는 양모 장씨의 학대 내역이 세세히 기록돼 있다.

장모씨의 학대행위는 법원으로부터 정인이 입양 허가를 받은지 한달 만인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됐다. 장씨는 생후 8개월이던 정인이를 집에 3시간54분 가량 홀로 방치했다. 또 정인이의 이마, 볼, 목, 허벅지, 배 등 신체 곳곳에서 멍자국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이 경찰에 학대 의심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장씨의 폭력은 더욱 심해졌다.

지난해 6월 장씨는 정인이를 가격해 좌측 쇄골이 골절되게 했다. 이때의 학대로 깁스를 하게 된 정인이의 어깨를 강하게 밀어, 정인이가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기도 했다. 이후에도 학대가 이어져 정인이의 오른쪽 대퇴골 원위부와 우측 9번째 늑골도 부러졌다.

7월과 9월에도 장씨의 이웃들로부터 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이번에도 경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거듭된 신고로 연이어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장씨는 7월17일부터 9월22일께까지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장씨의 학대 행위는 점점 노골적으로 심해졌다.

장씨는 정인의의 뒷머리 부위를 가격해 후두부가 약 7㎝ 정도 골절되게 만들었다. 좌측 8~10번째 늑골과 우측 10번째 늑골 등이 골절되고, 소장과 대장의 장간막이가 찢어지는 등 정인이의 몸은 성한 구석이 없을 정도였다.

학대행위는 대부분 집 안에서 이뤄졌으나, 엘리베이터에 안에서 이뤄진 폭력도 있었다. 장씨는 짐을 나르듯이 양손으로 정인이의 목을 잡아 엘리베이터 안 손잡이 위에 올려놨다. 정인이가 타고 있던 유모차를 밀쳐, 유모차가 엘리베이터 벽에 부딪히게 하기도 했다.

장씨는 10월13일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인이의 복부를 발로 밟는 등 폭력을 행사했고, 결국 정인이는 그날 사망했다. 당시 정인이는 생후 16개월이었지만, 신장 79㎝에 몸무게 9.5㎏에 불과했다.

정인이의 양부 안모씨는 장씨의 학대를 방기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안씨는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가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거나 장씨의 폭행을 제지하지 않았다. 정인이를 장씨로부터 분리하는 등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대신 장씨의 기분을 살폈다.

안씨는 정인이 학대에 가담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장씨와 함께 생후 10개월이던 정인이를 자동차 안에 30분간 방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