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마트 부문 연간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농협하나로유통 등 중앙회가 직접 경영하는 곳과 지역 농축협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곳을 모두 포함해 전국 2100여 개의 하나로마트가 거둔 매출이다. 지난해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농축산물 소비 확대 효과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유통혁신 성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 매출 넘보는 하나로마트19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협마트 부문 매출은 11조3000억원으로, 전년(9조7000억원) 대비 16.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협하나로유통, 농협유통 등 중앙회가 직접 경영하는 66곳, 전국 지역단위 농축협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2151곳 등 전국 2217개 하나로마트 매출을 모두 합한 수치다.
농협 관계자는 “마트 부문 전체 매출이 10조원을 넘은 것은 연쇄점 사업을 시작한 1970년 이후 50년 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농협 마트 부문 매출은 대형 유통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2019년 매출이 12조원에 달했던 이마트보다 적지만, 홈플러스(7조3002억원) 롯데마트(6조3306억원) 등보다는 많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하나로마트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소형 마트 등이 모두 포함돼 있어 다른 유통사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좋은 실적을 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농협은 마트 매출이 크게 늘어난 데는 작년 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소비 효과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5월부터 전 국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 소비처에 농협 하나로마트가 포함되면서 판매가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다른 대형마트가 재난지원금 소비처에서 제외되면서 하나로마트가 반사 이익을 누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가정 내 식사가 늘면서 한우 등 고가 축산물 소비가 증가한 것도 농축협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농협에 따르면 11조원이 넘는 마트 매출 중 농축산물 매출은 6조원으로 전년 대비 18.0% 증가했다. 유통혁신 성과도 ‘한몫’이성희 회장이 취임 후 추진하고 있는 유통혁신의 성과도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유통 단계를 축소하고 전국 단위의 마케팅을 시작하는 등 소매 부문 효율화에 나선 것이 매출 및 고객 확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8~9월 전국 지역농협 하나로마트가 처음으로 참여해 연 ‘전국 단위 창립 행사’가 좋은 예다. 이 기간에 농협은 경품행사 등을 집중적으로 벌여 유효 회원 약 20만 명을 확충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 올해 유통 부문 통합을 가속화해 소매 판매 경쟁력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마트 사업 전략도 매장 규모별로 차별화해 세우기로 했다. 661㎡ 이상 대형 매장은 체험형 또는 체류형 매장으로 만들고, 330㎡ 미만 점포는 편의점과 비슷한 형태로 매장을 구성하는 식이다. 이 같은 전략은 기존 매장에 한꺼번에 적용하기보다 신규 매장에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농협은 점포 규모를 줄이고 남는 공간은 온라인 배송에 활용하는 전략도 세웠다. 포장 등을 담당하는 유통센터를 점포 내에 설치해 이 회장이 추진 중인 전국 당일배송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서울 신촌에 문을 연 무인매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매장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