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를 확대하고 초기 투자에서 인수합병(M&A)까지 영역을 확대해 초과수익을 노리겠습니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사진)는 19일 기자와 만나 “증시에서의 투자 열기가 비상장 벤처 시장으로 번지면서 벤처 투자업계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작년 한 해 벤처펀드 결성액이 6조원을 돌파하며 벤처투자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지만 그만큼 밸류에이션(가치평가) 거품이 끼며 신중한 투자가 요구되는 시점이란 것이 그의 판단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한국금융지주 소속의 벤처캐피털(VC)이다. 운용자산이 3조3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1위 VC다. 올해 이 회사의 사령탑을 맡은 황 대표는 국내 바이오 심사역의 대표선수격으로 ABL바이오, 레고켐바이오, 티움바이오 등 실력과 성장성을 겸비한 유망 바이오 기업을 여럿 키워냈다.
황 대표는 올해 벤처투자 시장의 키워드로 ‘불확실성’을 꼽았다. 그는 “주요국에서 유동성이 대거 풀리면서 국내외 벤처투자 시장은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상장 시장의 오버 밸류에이션이 비상장 시장으로 전이된다면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벤처투자자들에겐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판단을 기초로 그는 회사의 핵심 지향점을 △글로벌 투자 역량 증대 △PE(프라이빗에쿼티) 본부 강화를 통한 외연 확대 △펀드 대형화 등 세 가지로 요약했다. “유동성이 넘치고 불확실성이 큰 시장에서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선 지역·산업·생애주기별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 외엔 답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작년 말 글로벌 바이오 벤처에 집중 투자하는 3500억원 규모의 ‘한국투자바이오글로벌펀드’를 결성했다. 단일 섹터 펀드론 국내 최대 규모다. 올해는 작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정이 미뤄진 중국, 유럽에서의 역외펀드 결성도 추진 중이다. 그는 “국내에서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을 해소하려면 투자 영역 자체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E본부 강화도 황 대표가 꼽은 향후 과제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최근 소수지분 매각에 나선 SK루브리컨츠 인수전에 참여해 업계에 주목을 받았다. 국내 대표 VC가 조단위 프로젝트펀드 결성이 필요한 PE투자에 참여한 것이라서다. 그는 “벤처 투자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장사에 대한 프로젝트 투자를 비롯해 중소·중견 기업의 경영권 인수 거래까지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며 “투자의 한계를 두지 않고 자산을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격적인 펀딩을 통해 대형 펀드를 결성하는 기조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해 총 47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한 데 이어 올해는 목표액을 6000억원으로 높였다. 황 대표는 “투자 범위가 확대되면서 펀드 대형화는 필수가 됐다”며 “헬스케어(H), 온라인(O), 언택트(비대면·U), 스마트인프라(S), 이코노미앳홈(재택경제·E) 등 ‘HOUSE’로 대표되는 성장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집중적으로 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