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입양아 마음에 안 들면 바꿀 수 있을까

입력 2021-01-19 16:11
수정 2021-01-19 16:55


몇 년 전 한 커뮤니티에 "친딸을 낳고 보니 입양 딸에게 정이 가지 않아 파양하고 싶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돼 파문을 일으켰다. 난임으로 고생하던 부부는 고민 끝에 여아를 입양해 3년간 키웠다. 이후 임신이 돼서 아이를 출산했는데 막상 친 딸을 품에 안고 보니 입양한 딸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다며 파양하고 싶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입양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사면서다.

친 딸을 양육하고 있음에도 '결혼 전부터 계획했던 바'라며 7개월 된 정인이를 입양한 양부모는 어쩐 일인지 아이를 학대하고 270여 일 만에 결국 때려숨지게 한다. 아이를 향해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한 양모와 점점 야윌 뿐 아니라 전신이 멍투성이에 골절까지 입은 아이를 지켜보기만 한 양부의 행위에 국민들은 의구심을 감출 수 없었다.

아이를 이렇게 잔혹하게 학대할 거면서 왜 입양했는지, 또 막상 키워보니 정이 안 간다며 양육을 힘들어하면서도 왜 파양하지 않고 끝까지 데리고 있다가 학대 끝에 숨지게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양부모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을 취소하든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꾸라"는 말로 입양 및 학대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 논란을 자초했다.

그렇다면 양부모가 입양아동을 취소하거나 바꾸는 게 가능할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인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아동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은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은 법원의 허가 사항이며 파양 또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항이다"라고 강조한다.

홈쇼핑에서 물건을 샀다가 단순 변심으로 환불이나 교환을 하듯이 손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승재현 위원은 "입양특례법상 입양 대상인 아이들은 어떤 잘못도 없으며 천륜에 반해 버려졌을 뿐이다"라며 "이런 아픈 경험을 가진 아이들에게 법원 허가 없이 입양 취소 등의 경험을 다시 안긴다는 것은 아이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파양의 요건 역시 양친이 양자를 학대하거나, 입양아동이 양친에 대한 패륜행위를 할 때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입양 부모의 변심 혹은 아이와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는 파양 요건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입양특례법 제17조 파양 항목에 따르면 양친이 양자를 학대 또는 유기하거나 그 밖에 양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는 경우, 양자의 양친에 대한 패륜행위로 인하여 양자관계를 유지시킬 수 없게 된 경우 등 파양의 청구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거나 심판의 효력이 발생한 때에는 지체 없이 그 뜻을 가정법원 소재지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실제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입양은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딸로 태어났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새로운 가정의 가족이 되는 것이다"라며 "입양 아동들에게 부모를 선택할 권리는 없지만, 보통 입양부모들은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로 여기고 온갖 정성을 쏟으며 사랑으로 키우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를 규정하고 있고, 아동복지법은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아동 이익이 최우선‘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다"면서 "입양특례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그가 태어난 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고 태어난 가정에서 자라기 곤란한 아동에게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다른 가정을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와 지원을 하여야 하고, 입양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 되도록 한다’는 입양 원칙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입양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 되도록 보호할 책임은 국가에게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속에 입양아동 복리를 위한 내용이 어디에 있나. 아이가 입양부모가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오직 예비 입양부모만 아기를 물건 고르듯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반품이나 교환하듯이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대통령께서 생각해내신 아동학대 대책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는 10살 제 딸이 대통령님의 말씀을 들을까 봐 걱정이다"라고 일갈했다.

김 의원은 "입양이 문제라면 아동학대 사건의 80% 이상이 친생부모에 의해 저질러진 통계나, 최근 발생한 20대 미혼모가 탯줄도 안 떨어진 영아를 창문 밖으로 던져 죽인 사건이나 40대 여성이 8세가 넘도록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학교도 보내지 않던 딸을 죽인 사건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라며 "문제는 입양이 아니라 아동학대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정인이 사건' 같은 아동학대 사건 관련 질문에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입양 정책을 손보겠다"고 말하면서 "<i>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i>
라고 발언했다.

논란이 되자 청와대 소통수석은 "사전 위탁보호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말한 것인데 밑도 끝도 없이 전달돼 취지가 잘못 전달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박형욱 전 청와대 행정관은 페이스북에 "만일 의도는 A인데 그걸 B라고 표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고밖에 표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측은 전체 맥락을 봐달라, 듣는 사람이 오해한 것인냥 진화에 분주하지만 '입양을 취소한다', '맞지 않는다면 입양아동을 바꾼다' 표현은 다른 사람도 아닌 문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