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으로 1700명 줄이는 은행권…둥지 떠난 젊은층은 핀테크 門 '똑똑'

입력 2021-01-18 17:32
수정 2021-01-19 01:17
연말연초에 시중은행 4곳에서 1700여 명이 명예퇴직을 통해 은행을 떠났다. 일부 젊은 은행원은 빅테크(대형 IT기업), 핀테크 업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비대면 금융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금융권 인력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4개 은행에서 명예퇴직으로 떠났거나 이달 안에 짐을 싸는 인원은 1700여 명이다. 명퇴자는 은행별로 전년보다 30~40%가량 늘었다. 예년보다 더 좋은 명퇴 조건을 제시하자 조기 퇴직해 새 일자리를 찾는 인원이 늘어났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에서는 지난달 각각 511명, 496명이 퇴직했다. 특히 하나은행에서는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 중 285명이 ‘준정년 특별퇴직’ 제도를 통해 회사를 나갔다. 이들에게는 최대 36개월치 평균임금과 자녀 학자금 1인당 최대 2000만원,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 등이 지급됐다. 24~27개월 평균임금을 지급했던 전년보다 조건이 좋아졌다. 이에 따라 젊은 층의 특별퇴직 인원이 지난해 92명에서 크게 늘었다.

농협은행도 명예퇴직 대상을 확대하고 보상 규모를 늘렸다. 농협은행은 만 54~56세 직원에게 임금 28~37개월치를 지급했다. 또 3급 이상 직원 중 1967∼1970년생은 39개월치, 1971∼1980년생은 20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줬다. 지난해에는 만 56세 직원과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에게 각각 월평균 임금 28개월치와 20개월치를 일괄 지급했다. 명퇴 조건이 좋아지면서 신청자가 496명으로 지난해(356명)에 비해 140명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말 468명이 희망퇴직을 한다. 조건은 작년과 같았지만 일반 직원까지 신청 대상이 확대됐다. 전년도 신청 인원(326명)보다 140명가량 늘었다. 신한은행은 22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국민은행은 희망퇴직 조건에 대한 노사 협상이 끝나지 않아 퇴직 신청을 받지 못했다.

은행원 가운데는 빅테크·핀테크로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핀테크 업체 토스 관계자는 “최근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은행 종사자의 지원이 늘었다”며 “이미 틀이 짜여 있는 은행과 달리 모든 업무를 주체적으로 설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준비 중인 토스는 ‘기존 연봉의 1.5배’를 주겠다고 선언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업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에도 신용평가, 리스크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30대 은행 직원들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 사이에 빅테크로 이직만 보장된다면 목돈을 받고 퇴직하겠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은행을 떠나 핀테크로 향하는 젊은 인력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은 디지털 중심 생태계로의 재편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 속도를 붙이고 있고, 핀테크는 전문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력 수요는 디지털·정보기술(IT) 분야에 집중돼 있다. 한 인터넷 전문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시중은행의 연봉 수준이 더 높지만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와 창의성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핀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아/정소람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