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주민 체내 삼중수소, 연간 바나나 3~6개 먹은 수준"

입력 2021-01-18 16:01
수정 2021-01-18 16:09

원자력 학계는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부지에서 발견된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는 바나나 3~6개를 먹을 때 피폭되는 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검출된 방사선이 소량에 불과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해도 될 수준이라고 강조하면서다. 이들은 "공포를 조장하는 삼중수소에 대한 비과학적 괴담은 멈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원자력학회와 대한방사선방어학회가 18일 '월성원전 삼중수소, 정말 위험한가'라는 주제로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경주월성·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가 2차례 진행한 월성 원전 인근주민에 대한 체내 삼중수소 농도 분석 결과를 근거로 "1차 조사에선 리터당 평균 5.5Bq(베크렐), 피폭량은 약 0.6μ㏜(마이크로시버트), 2차조사에선 리터당 평균 3.1Bq, 피폭량은 0.34μ㏜로 나왔다"며 "1차 조사 결과는 바나나 6개, 2차 조사 결과는 바나나 3.4개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피폭량"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시중에 있는 바나나 6개를 먹어도 0.6μSv 피폭이 발생한다. 삼중수소가 월성 원전 인근 주민들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준이라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강건욱 서울대 의대 핵의학교실 교수와 이재기 대한방사선방어학회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 등 전문가들도 삼중수소에 대한 공포감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강 교수는 "바나나뿐만 아니라 쌀, 버섯, 육류, 생선 등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에 삼중수소가 들어있다"며 "미량의 삼중수소가 인체에 들어오면 10일 정도 지났을 때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이재기 대한방사선방어학회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은 "삼중수소는 우리가 접하는 물에는 어디나 있다"며 "몸속 수분에도 약 0.5~1 Bq/L 정도가 상존한다"고 강조했다.

월성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새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반박했다. 정 교수는 "월성 원전 삼중수소의 최종 배출 농도는 약 13Bq 수준이었다"며 "배출기준인 4만Bq에 한참 못 미치는 낮은 농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인 물에서 리터당 71만3000Bq가 검출된 원인은 공기 중에 있던 삼중수소가 고인 물에 스며든 영향으로 추정된다"며 "내부에 모르고 있는 액체 누설은 없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