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0기)는 이번 판결로 세간의 이목을 다시 집중시키고 있다.
정 부장판사는 서울 청량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4년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판사로 법관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치며 대표적인 ‘엘리트 법관’ 코스를 밟았다.
정 부장판사는 법원 내 유명한 회생·파산 전문가다. 199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할 당시 한보그룹과 웅진홀딩스 파산 사건의 주심을 맡았고, 2017년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지내며 한진해운의 파산 선고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기업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는 인식 속에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 (ARS)’을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법원 안팎에서 ‘아이디어 뱅크’로도 유명하다.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새로운 시도를 서슴치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형벌보다도 재발 방치에 초점을 둔 ‘사법치료’ 재판으로 주목받았다.
만일 피고인이 법원에서 제시하는 사안을 제대로 이행한다면 재판부가 선처해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에도 이런 사법치료 개념이 적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정 부장판사는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준법감시위 제도가 필요하다”며 “실효성과 지속성이 있다면 양형요소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혀왔다.
정 부장판사는 선고기일 날 피고인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는 법관으로도 유명하다. 음주운전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에겐 “눈을 감고 10년 뒤 술을 먹는 자신을 상상해보라. 다시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자녀와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한 부부에겐 “출소 후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다시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아달라.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모범적인 가족이 되길 바란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으로 기소된 김성수씨 항소심에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