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삼성 내부에선 충격 분위기가 감지된다.이재용 부회장, 1078일만의 재수감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18일 오후 뇌물공여 등의 혐의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는 2018년 2월 5일 항소심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된 지 정확히 1078일만의 재수감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삼성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2017년 2월17일 처음 구속됐다.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017년 1월 청구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은 한 차례 기각됐지만 특검은 영장을 재청구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창립 이래 처음 구속된 총수가 됐다. 당시 법원은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서원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 72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원 등 89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은 354일간의 수감생활을 끝으로 2018년 2월5일 석방됐다.
석방 당일 이재용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에서 "지난 1년은 나를 돌아보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을 뵈러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빨간불'
서울고법 안팎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삼성 관계자들은 선고 결과를 접하자마자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 준비하고 있던 투자나 채용 같은 일반적 경영계획상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조원대의 자금이 수반되는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사업구조 재편처럼 총수의 결단을 필요로 하는 작업은 잠정 중단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재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여전히 심각한 가운데 국내 1위 대기업인 삼성의 총수가 사상 초유의 '재구속'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탄식이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이자 삼성의 최대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옥중경영만으로 현재 처해있는 엄중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반도체 시장에선 세계 1위인 메모리 분야 외에도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 2030년까지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스마트폰 시장에선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세계 2위 업체인 중국의 화웨이가 휘청거리는 동안, 삼성이 경쟁사들을 확실하게 따돌릴 만한 '초격차' 전략을 펼치는 데에 한계가 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오랫동안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와 이를 토대로 한 삼성의 대외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모바일 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각종 혁신제품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의 오너가 뇌물 혐의를 뒤집어쓰고 재구속됐다는 점은 대외 평판 악화에 치명타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