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어린 장교가 아버지뻘 부사관에 반말하는 게 당연?"

입력 2021-01-18 10:14
수정 2021-01-18 12:20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사진)이 지난달 주임원사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는 아무 데도 없다"며 "나이 어린 장교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반말로 명령을 지시했을 때 왜 반말로 하냐고 접근하는 것은 군대 문화에 있어서는 안 된다.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 쓰는 문화, 그것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일부 주임원사들은 같은 달 24일 인권위에 "남 총장이 장교는 부사관에게 반말을 해도 된다고 말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진정서를 냈다. 창군 이래 초유의 일이다.

이에 대해 육군은 "인권위 진정 내용은 참모총장이 회의 간 강조한 전체 내용과 발언의 전후 맥락을 보지 않고 발언 취지와 진의를 왜곡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남영신 총장은 최근 각급 부대에서 부사관들이 장교를 집단 성추행하거나 명령 불복종을 하는 등 하극상이 잇따르는 상황을 우려하며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육군 모 부대에선 중사 1명과 하사 3명이 나이 어린 남성 장교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국방부 군사경찰대대에서는 나이 많은 남성 부사관들이 자기들보다 어린 여군 장교 등에게 성희롱 등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번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옮겨가고 있다.

육군 3성 장군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육군 안팎에선 부사관들이 이젠 참모총장까지 길들이려는 것인가, 총장 망신주기로 장교단과 부사관단 편 가르기 아니냐는 등 개탄도 나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신 의원은 "총장 발언의 진의와 배경을 확인한 결과, 최근 각급 부대에서 부사관들이 장교를 집단 성추행하거나 명령 불복종을 하는 등 하극상이 잇따랐다"면서 "(남 총장은) 이런 상황을 우려해 상명하복과 군 기강 확립을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군은 엄정한 군기가 생명이고 엄중한 질서가 우선인 조직"이라며 "군 조직의 양대 축은 장교단과 부사관단이다. 장교는 관리자, 부사관은 전문가 그룹으로 서로 존중하고 협력을 해야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상적인 군대는 계급보다 직무로 일을 하고 직무로 존증을 받는 것이겠지만, 현실에서의 강한 군대는 계급을 존중하고 상명하복의 질서 안에서 서로 존중할 때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특히 부사관단의 경험과 연륜을 예우받고 싶다고 군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 진정한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용사들이 자신들에게도 누구도 반말을 하지 말라고 진정하면 군의 기강이 서겠나"라면서 "(이번 일을 통해) 장교단과 부사관단은 서로 역지사지하고 자성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