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부부의 배달음식 갑질 논란 "술 현관에 놓고 가세요!"

입력 2021-01-18 07:48
수정 2021-01-18 10:27


최근 청소년들이 배달 앱을 악용해 술을 구매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논란이다.

현재 배달 앱으로 술을 주문할 경우, 성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으로 음식을 주고받는 일이 늘다 보니 성인의 개인 정보로 인증을 하는 등 꼼수도 느는 상황이다.

배달대행 기사가 술을 주문한 고객을 대면했을 때 청소년으로 의심되면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같은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어려움도 있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는 '변호사 부부의 갑질'이라는 제하의 사연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 17일 배달 앱을 통해 국밥 2그릇과 소주 2병 주문받고 직접 배달에 나섰다.

벨을 누르자 집안에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문 앞에 두고 가시래요."

A 씨는 "술이 있어서 놓고 갈 수 없어요. 직접 받아주셔야 해요"라고 답했다.

아이가 엄마를 부르자 "그냥 놓고 가라고 해. 못 나간다고"라는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A 씨와 엄마 B 씨는 현관 앞에 음식을 두고 가는 문제로 실랑이를 벌였다.

A 씨는 주류가 있기 때문에 대면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B 씨는 "아이 목욕을 시키고 있어서 나갈 수 없으며 코로나 때문에 불안하니 놓고 가라"고 고집했다.

A 씨는 "전화를 해서 통화로라도 확인을 하겠다"고 했고 B 씨는 "내가 사장님과 통화하겠다. 그냥 놓고 가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 단골이고 변호사 집이니 괜찮아요"라고 덧붙였다.

A 씨는 "제가 사장이고 변호사 댁이라 뭐가 괜찮은지 모르지만 벌금 내고 처벌 받는 건 저희라서 안된다"고 했다.






끝까지 그냥 놓고 가라는 B 씨에게 A 씨는 "그럼 술은 가져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떠났다.

주차장에 가자 울리는 전화벨.

B 씨는 "내가 나왔는데 왜 가져갔느냐"면서 "CCTV에 다 찍혔다. 음식 안 먹을 거니까 가져가고 환불해 달라"고 화를 냈다.

A 씨는 "그렇게는 못 한다"라며 "문자 보냈으니 계좌번호 주면 소주값 8000원 환불해 드리겠다"고 하고 끊었다.





A 씨는 B 씨의 남편이 이후 연락을 해 와 "무식함이 도를 넘는다", "예의 없으면 바르게라도 살라" 등의 폭언을 했다고 전했다.

해당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자 "변호사라서 괜찮다는 게 무슨 말인지", "갑질이 도를 넘었다", "변호사라고 하면 무서워할 줄 알았나 보다", "저렇게 격이 떨어지는 말을 하다니. 변호사도 아닐 듯"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현재 배달 앱을 통해 주류를 배달할 때는 전달 시점에 미성년자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배달과정에서 청소년임을 재확인하지 않았다면 사장님과 배달원이 처벌받을 수 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주류를 판매해 적발된 음식점주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2개월, 2차 위반 시 3개월, 3차 위반 시 영업소 폐쇄 처분을 받는다. 또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