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기, 드론을 활용하는 등 첨단기술에 능하고 마법도 자유자재로 부린다. ‘괴도 루팡’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추리소설 ‘아르센 뤼팽’을 원작으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뤼팽’(사진) 이야기다. 고전을 재해석해 뤼팽을 21세기형 참신하고 감각적인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뤼팽’은 지난 15일 기준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에 올랐다. 영화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 ‘인크레더블 헐크’ 등을 만든 루이 르테리에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르블랑의 소설 속 뤼팽을 동경하던 소년 아산(오마르 시 분)은 성장해 뤼팽처럼 신출귀몰한 인물이 돼 활약한다. 아산은 25년 전 아버지를 억울한 죽음으로 내몬 재벌 펠레그리니에게 복수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야기는 루브르 박물관 청소부로 일하던 아산이 경매에 나온 목걸이를 훔칠 계획을 세우며 시작된다. 목걸이를 훔친 뒤 나오는 참신한 반전이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때부터 아산의 진짜 능력과 기술이 다양하게 펼쳐지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갑 마술을 선보이는가 하면, 감옥을 마음대로 드나들기도 한다.
21세기형 뤼팽이 흑인인 점도 파격적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선보인 ‘브리저튼’ 등에서도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뤼팽’은 흑인 주인공을 통해 프랑스 사회의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문제도 깊이 다룬다. 아산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건, 흑인이라고 학교에서 놀림당하는 장면 등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내포하고 있다.
이야기 전개를 위해 원작소설도 적극 활용한다. 원작은 아버지가 아산에게 남긴 유일한 유산이자 아산과 과거 사건을 잇는 역할을 한다. 아버지가 아산에게 남긴 메시지를 책 안에 암호처럼 숨겨놓는 메시지북으로도 기능한다. 화려한 루브르 박물관의 경매 현장, 드론으로 적의 공간에 침투하는 장면 등 다양한 볼거리도 시선을 끈다. 다만 각 사건의 해결 방식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궁금증을 다소 남긴 점은 아쉽다. 마법의 비중을 줄이고 더 치밀하게 전개했다면 좋았을 듯하다. 이번에 공개된 시즌 1은 5회까지 나왔고, 시즌 2로 이야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