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실제로 써봐야 되는구나."
삼성전자가 지난 15일 공개한 올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1' 시리즈는 유독 사전 유출이 심했습니다. 제품이 공개되기 전부터 출시 일정, 가격, 스펙 심지어는 온라인 신제품 공개 행사인 '갤럭시 언팩 2021' 모습까지 모조리 먼저 유출됐기 때문입니다. 평소보다 기대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던 건 당연했습니다.
언팩이 끝나고 갤럭시S21 시리즈 관련 모든 정보가 공개된 후 큰 기대 없이 기본 모델인 6.2인치 갤럭시S21와 최상위 모델인 6.8인치 갤럭시S21 울트라 2종을 직접 써봤습니다. 갤럭시S21은 삼성전자가 보안 유지완 다르게(?) 다방면에서 생각보다 훨씬 공을 많이 들인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선 '매끈해진'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기존 '인덕션'을 닮은 후면 카메라 디자인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본체와 메탈 프레임, 후면 카메라 부분을 이어지게 해 일체감을 줬습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디자인을 '컨투어 컷'이라고 명명했는데요. 마감도 메탈로 만들어 단단하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여러 모델이 기본 색상과 카메라 하우징 색상을 동일하게 한 것과 달리 팬텀 바이올렛 색상의 갤럭시S21은 핑크색으로 마감해 눈에 띕니다. 갤럭시S21의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옴)는 거의 느껴지지 않게 줄어든 반면, 울트라 모델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후면을 무광택 헤이즈 마감 처리한 것도 돋보입니다. 실제 제품을 수시간 사용해도 매트한 소재 덕분에 지문이 잘 묻지 않았습니다. 특히 팬텀 블랙 색상의 갤럭시S21 울트라는 색상도 검정이라 아주 밝은 빛에 비춰봐도 지문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는 팬텀 블랙을 일반 블랙 색상과는 차별화된 느낌을 주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21 시리즈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카메라입니다. 삼성의 시스템LSI사업부가 야심차게 출시한 새로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AP) '엑시노스 2100' 프로세서와 강화된 인공지능(AI) 기능 덕분이라는 설명인데요.
갤럭시S21 시리즈는 우선 새롭게 도입된 다양한 카메라 기능이 눈에 띕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사진 속에서 제외하고 싶은 인물이나 형체를 제거할 수 있는 '지우개' 모드, 촬영 장면을 미리 볼 수 있는 '디렉터스 뷰', 8K 화질로 찍은 동영상을 3300만 화소 사진으로 남기는 기능 등입니다.
특히 1억800만 화소의 쿼드(4개) 카메라를 갖춘 갤럭시S21 울트라를 두고 삼성전자는 "역대 스마트폰 중 가장 진보했다"고 말했는데요. 실제 써보면 갤럭시S21 울트라는 동영상부터 일반 촬영, 인물 촬영, 야간 촬영 등 모든 부분에서 전작보다 진일보한 느낌입니다.
9개 픽셀을 하나의 픽셀로 병합해 빛을 더 많이 흡수하는 '노나 비닝' 기술로 오후 10시에도 밝은 촬영이 가능하고, 흔들림을 제어해주는 '줌 락' 기능 도입으로 30배줌·100배줌 등 고배율 촬영도 전작과 달리 훨씬 잘 찍어줍니다. 초점은 '레이저 AF'로 잡아줘 지연 시간을 줄여 근접한 피사체 촬영에도 용이합니다. 전후면 5개 카메라를 모두 초당 60프레임으로 4K 촬영을 할 수 있는 기능도 새롭게 탑재됐습니다.
갤럭시S21 울트라는 카메라 외에도 다방면에서 힘을 줬습니다. 갤럭시 스마트폰 최초로 'QHD+(3200x1440)'에 10~120헤르츠(Hz) 가변주사율을 지원합니다. 영상, 게임, 문자 등 상황에 맞춘 해상도 변경으로 배터리 사용을 줄여줍니다.
이 외에도 넓은 대역폭과 빠른 인터넷 속도의 '와이파이6E'를 세계 최초로 지원하고, 5000밀리암페어시(mAh) 배터리와 12기가바이트(GB) 램(RAM), 햇빛이 짱짱한 야외에도 손으로 디스플레이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밝은 1500니트(nit)에 달하는 화면 밝기 등 현존 최강 스펙들이 모조리 들어갑니다.
갤럭시 노트의 상징이었던 'S펜'도 '갤럭시S' 시리즈 중 최초로 지원합니다. 다만 노트처럼 기본 제공되는 것도 아니고, 별도의 수납공간도 없습니다. 현재는 S펜의 블루투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기능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노트처럼 S펜을 활용하려면 펜 케이스를 별도로 장착한 스마트폰 케이스와 올해 말 새롭게 출시되는 'S펜 프로'가 있어야 할 듯 합니다.
갤럭시S21의 가장 큰 혁신은 '가격'이라는 평가가 있듯 그야말로 파격적입니다. 기본 모델이 99만9900원으로, 현재 국내 출시된 프리미엄 5G폰 중에서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합니다. 삼성전자가 100만원 아래 플래그십(전략) 제품을 내놓은 건 '갤럭시S9' 이후 3년 만입니다. 제조사가 마치 가격 경쟁을 하듯 비싼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과 비교하면 분명 파격적인 결정입니다. 다소 부진했던 전작의 공백을 만회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됩니다.
이와 함께 이통사 의존도를 줄이고 자급제폰 판매 확대를 노린 절묘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통사 개통을 통해 요금이나 기기 값 할인을 굳이 안 받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다채로운 색상을 직접 개발해 내놓고 이통사 전용 색상을 없앤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더합니다.
물론 원가절감 요소도 있습니다. 후면 소재로 고릴라 글라스 대신 가볍지만 내구성이 다소 떨어지는 플라스틱 소재의 강화 폴리카보네이트(글라스틱)를 택했습니다. 램 용량도 갤럭시S21 플러스와 함께 전작보다 줄어든 8GB를 지원합니다. '엣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울트라와 달리 플랫(평평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이 둘의 해상도는 전작보다 줄어들은 FHD+(2400x1080)입니다.
일각에선 '현격한 급나누기'라는 반응도 나오지만, 개인적으론 삼성전자가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넓혀준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일반 모델과 최상위 제품의 가격 차이가 50만~60만원가량이 나는데, 스펙에 차이가 없어선 안되겠지요. 저렴한 가격으로 콤팩트한 사이즈와 가볍고 톡톡 튀는 디자인을 원한다면 갤럭시S21을, 프리미엄 스펙과 세련된 디자인을 원한다면 갤럭시S21 울트라가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입니다.
지난해 8월 중순, 삼성전자의 하반기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시리즈가 공개되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선 최고경영자와 임직원이 격의 없이 소통하는 자리인 타운홀 미팅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 임직원은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에게 "갤럭시를 '아재폰'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를 극복할 방안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노 사장은 "삼성이 쌓아왔던 이미지가 잘못된 게 아니다. 2021년 신제품부터는 색상, 재료, 마감(CMF)를 젊게, 과감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갤럭시S21은 노 사장의 말처럼 디자인이든, 가격이든, 카메라든, 다방면에서 젊은 세대를 겨냥한 제품이라는 느낌입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21를 시작으로 '아재폰'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