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쉴 새 없이 달렸던 국내 증시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장중 3200선까지 올랐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 폭탄에 3100선을 내줬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발표할 부양책 소식에 등락이 결정될 전망이다. 경기 개선 기대감으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경우 연초와 같은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66.28포인트(2.10%) 하락한 3085.90에 거래를 끝냈다. 코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23.35포인트(2.36%) 내린 964.44를 기록했다.
개인은 지난주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10조4415억원 순매수했다. 그러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3795억원, 9조1624억원을 순매도하며 주가 상승세가 꺾였다.
미국 증시는 부양책 기대에도 미 국채금리가 오르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다우지수는 지난주 0.9% 내렸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각각 1.5% 떨어졌다.
이번 주(18~22일) 코스피지수는 3150선을 중심으로 등락이 예상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20일(현지 시각) 출범한다. 시장은 바이든 당선인이 제시한 1조9000억원달러 규모의 부양책과 오는 2월 발표될 추가 부양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추가 부양책이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설 경우 국내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는 상승폭을 키우며 강세 흐름을 보일 수 있다. 부양책 기대가 증시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개인에 대한 현금 추가 지급 기대는 증시를 끌어올리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관심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후 내놓을 부양책 규모에 집중되고 있다"며 "대규모 부양책에 따른 경기 개선 기대감이 외국인 수급 흐름을 순매수로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부양책 규모와 내용,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으로 서명할 행정 명령에 따라 업종별 차별화가 뚜렷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동맹국과의 관계 회복, 코로나19 대응, 반이민정책 철회 등이 유력한 첫 번째 행정 명령으로 거론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 후 처음으로 내놓을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행정 명령 내용에 따라 친환경주,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주,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인한 인프라주 등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 개선 기대감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는 상황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금리 등 시장 금리가 오르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차입 금리와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도 커진다. 결국 기업의 투자가치가 떨어지면서 증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3월 연 1.0% 아래로 내려온 후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는 지난 6일 연 1.04%를 기록한 후 지난 12일 장중 연 1.19%까지 올랐다가 지난 15일 연 1.08%로 마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