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들 화장실 쓰지마!"…4년간 이어진 이방카 부부 갑질

입력 2021-01-15 12:59
수정 2021-02-14 00: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럴드 쿠슈너 부부가 지난 4년간 경호원들의 자택 내 화장실 사용을 막았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이들 부부가 사는 워싱턴DC 북서부 부촌인 캘러라마 지역의 주민과 비밀경호국 관계자를 인용해 465㎡(약 141평) 넓이의 사저에 화장실이 6개나 있었지만 경호원들이 쓸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캘러라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미국 고위 인사가 몰려 사는 곳으로 정부의 경호원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고 배치된 경호원에게 화장실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이 신문은 꼬집었다.

WP는 "캘러라마의 경호원은 암살 위협, 거동 수상자를 걱정해야 하지만 이방카와 쿠슈너 부부에 배치된 경호원은 다른 걱정 하나가 새로 생겼는데 바로 화장실 찾는 문제였다"라고 지적했다.

이들 경호원은 용변을 해결하려고 근처 다른 집에 요청하거나 사무용 건물로 뛰어 들어가기도 했다고 주민들이 말했다.

이런 일이 상부에 보고되자 비밀경호국은 임시 화장실을 길거리에 설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 거주하는 부자 이웃들은 미관을 해치고 통행에 방해된다고 항의했고 결국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워싱턴포스트의 보도 내용이다.

결국 미국 비밀경호국이 나서 임대 화장실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였다. 비밀경호국은 임대화장실을 찾기 위해 8달이나 걸려 수소문한 끝에 2017년 9월, 이방카 부부 자택 인근 이웃에게 월 3000달러의 월세를 지급하고 화장실을 임대했다. 이에 올해 9월까지 화장실 임대비용으로만 14만4000달러(한화 약 1억6000만원)의 혈세가 낭비되는 셈이라고 WP는 전했다.

이방카 부부 측은 해당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주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방카 부부는 경호원들의 화장실 사용을 제한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비밀경호국이 제공해줬던 경호에 대해 크게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WP는 익명의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방카 부부의 기행이 실제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비밀경호국 측은 해당 의혹에 대해 "보호임무를 수행하는데 사용된 수단과 방법, 자원 등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