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도와주려다가…' 김영순, 여성 단체서 퇴출 당해

입력 2021-01-15 10:11
수정 2021-01-15 10:12


한국여성단체연합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성추행 고소 사실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에게 전달한 김영순 상임대표를 불신임했다.

여성연합은 14일 정기총회를 열고 "여성단체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여성시민단체가 오히려 가해자를 도왔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여성연합은 김영순 상임대표를 불신임 의결하고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여성연합은 사건을 인지한 지난해 7월 16일부터 김영순 상임대표를 직무에서 배제했다. 그는 연합 측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18차례의 내부 논의를 거쳐 총회에서 불신임을 의결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성단체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조직에 대한 뼈아픈 성찰과 혁신을 위해 '여성연합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속 가능한 성평등 사회 실현이라는 여성연합의 사명에 부합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 조사를 통해 김영순 상임대표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피해자가 박원순 전 시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낸다는 사실을 알려준 사실이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남인순 의원과 김영순 상임대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북부지검은 박원순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경위를 수사했던 형사2부(임종필 부장검사)에 이 사건을 배당했다.

앞서 지난 1일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남인순 의원과 김영순 상임대표가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유출해 성추행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30일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이 여성단체 관계자들을 통해 흘러나왔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이들 중 남인순 의원과 김영순 상임대표가 연루된 것이 확인했다.



민주당은 당초 박원순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A 씨를 '피해호소인'으로 표현하닥 2차가해 논란 끝에 피해자로 정정했다.

박원순 전 시장의 A 씨 성추행 사실은 서울시장 비서실 전 직원 B 씨의 재판 과정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술에 취한 A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 씨에 대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B 씨는 재판 과정에서 A 씨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자신의 행위가 아닌 박원순 전 시장의 행위로 생긴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재판부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으며 재판 중 A 씨에게 속옷 사진을 보내고 '냄새를 맡고 싶다', '몸매 좋다',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갈 수 있다', '성관계를 알려주겠다'고 문자를 보낸 사실이 공개적으로 확인됐다.

김재식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비록 별건(別件) 판결이지만, 이날의 판결마저 없었다면, 아예 진실이 묻히고 2차 가해가 계속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과 서울시 측은 지금까지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하여 2차 가해를 지속해 왔다"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남인순 의원을 비롯한 여성 인권 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이 피소사실 유출에 가담했고 서울시는 서울광장에 분향소까지 설치했다"면서 "피의자의 인권뿐만 아니라, 진실 발견, 2차 가해 방지, 피해자의 명예도 똑같이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