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와 강원 북부를 중심으로 설치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울타리가 뚫리면서 돼지고기 가격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4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광역 울타리 바깥인 강원 영월과 양양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10건 발생했다”며 “전국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SF는 돼지에게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치사율이 100%에 육박하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한국에서는 2019년 9월 처음 발생한 뒤 이날까지 경기와 강원 12개 시·군에서 941건이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경기와 강원 북부 전체에 광역 울타리를 설치해 사육농가로의 감염을 철저히 막아내는 등 ASF에 잘 대응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울타리 이남 지역에서 ASF가 발견되면서 전국 확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영월과 인접한 경기 이천·여주·안성 등은 국내 최대 돼지 밀집사육 지역이다. 정부는 전국적인 ASF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 광역 울타리를 보수하고, 신규 발병 지역 인근을 중심으로 새 울타리도 설치하기로 했다.
유통업계에선 ASF가 이 지역 사육농가로 퍼지면 지금도 상승세인 돼지고기 가격이 더 폭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국산 냉장삼겹살 100g당 소매가격은 2093원으로 1년 전보다 24.4% 뛰었다. 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격을 더 모니터링해서 문제가 있다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