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재도약 선언한 신동빈 "1등 위해 과감히 투자"

입력 2021-01-14 17:15
수정 2021-01-15 01:35

재계 5위 롯데는 지난해 ‘뉴스’가 될 만한 사업을 만들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온라인 업체들의 공습을 막아내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감량하고, 임원의 90%가량을 40대로 교체하며 분투했다.

새해 들어 롯데가 재도약을 선언했다. 신 회장은 지난 13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각자의 업(業)에서 1위가 되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과감하게 진행하라”고 말했다. 위기 극복 차원이 아니라 업계 1위가 되기 위해 나서라는 주문이다. 롯데의 ‘인수합병(M&A) 본능’이 깨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질책 대신 당부와 격려 신 회장은 이날 계열사 대표이사 등 130여 명의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웨비나 형식으로 올해 첫 가치창조회의(VCM)를 주재했다. 매년 초 열리는 VCM은 롯데의 한 해 사업 전략을 결정하는 자리다. 올해의 주제는 ‘Rethink-Restart: 재도약을 위한 준비’였다.

신 회장은 이날 네 시간에 걸친 회의에서 CEO들을 질책하기보다 격려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초 회의 때 강한 질책이 있었고 이후 대대적 물갈이 인사가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 회장은 CEO들에게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과감히 버리라”고 주문했다. “성장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목적인 회사에는 미래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고 자문한 후 “전략이 아니라 실행의 문제”라고 자답했다. 그림만 그려 놓고,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는 얘기다. 유통 분야에서만 해도 롯데는 복합쇼핑몰을 가장 먼저 선보였지만 경쟁사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신 회장은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100조원 매출 향해 ‘앞으로’재계는 신 회장의 ‘재도약 선언’을 계기로 롯데가 올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8년 84조원 규모였던 롯데의 그룹 매출은 2019년 금융회사 매각으로 75조원으로 줄었다. 작년엔 코로나19 여파로 70조원을 밑돌았을 것이라는 것이 롯데 측 추산이다.

신 회장은 “위기 때 혁신하는 기업이 위기 후에도 성장 폭이 큰 것처럼 올 2분기 이후로 팬데믹(대유행)이 안정화에 들어갔을 때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14일 “차별화된 기업 가치를 창출한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실행력 제고를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롯데가 적극적으로 M&A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등 신사업 진출을 모색할 것이란 예상이다. 롯데케미칼은 2019년에 히타치케미컬 인수를 시도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작년 10월 일본에서 귀국한 후 화학 계열사의 주요 사업장을 둘러보고, 11월 25일엔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의왕 사업장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났다.

신 회장은 디지털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와 ESG(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전략적 집중을 당부했다. 그는 “사회적 가치는 기업 생존 및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사항”이라며 “규제에 대응하는 식의 접근보다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사회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