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입찰자들은 경매사가 부르는 가격에 맞춰 경쟁적으로 패들(경매 번호판)을 들어올린다. 이들을 예의 주시하며 가격을 점점 올리던 경매사는 더 이상 높은 호가가 나오지 않자 “땅땅!” 망치 소리와 함께 낙찰을 선언한다. 낙찰자의 입가엔 득의와 회심의 미소가 번진다. 미술품 경매장의 흔한 풍경이다.
TV 또는 유튜브 등을 통해 한 번쯤 본 광경이지만 막상 ‘경매’라고 하면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매장을 찾는 신규 컬렉터가 늘고 있다. 미술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다.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점도 한몫했다. 경매 참여는 생각보다 편리하고 간단하다. 회원 등록부터 낙찰에 이르기까지 아트테크를 시작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경매장 문을 활짝 열고 미술 투자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클릭만 해도 이우환·김창열 작품 응찰미술품은 경매장뿐 아니라 갤러리(화랑), 아트페어 등에서도 살 수 있다. 안정적인 투자를 원할수록, 초보일수록 경매장으로 가는 게 유리하다. 소속 작가의 그림을 주로 소개하는 갤러리나, 갤러리들이 한데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페어는 1차 시장에 해당한다. 전시를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그 자리에서 살 수 있어 좋다. 하지만 1차 시장에서 가격은 작가와 갤러리가 부르는 대로 정해진다.
경매장은 1차 시장에서 산 작품을 재판매하기 위해 경매업체에 의뢰한 작품이 소개되는 2차 시장에 해당한다. 경매장에선 복잡한 과정을 거쳐 가격이 결정된다. 동일 작가 또는 비슷한 시기의 작품 가격을 비교하고 보관 상태, 작품을 관리한 컬렉터의 이력도 따진다. 이를 종합한 가격이 경매 시작가가 된다. 손이천 케이옥션 수석경매사는 “국내 전업 작가 중 1% 정도의 작품만 경매 시장에 나온다”며 “예술성과 시장성을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고 가격 책정도 정교해 작품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경매에 참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케이옥션, 서울옥션 등의 오프라인 경매장에 직접 가서 참여해도 되고 이들 사이트에서 온라인 경매에 참여해도 된다. 현장 경매에 참여하려면 20만원 상당의 가입비를 내고 정회원으로 등록해야 한다. 정회원이 되면 사전에 현장응찰 신청을 할 수 있다. 올해 첫 오프라인 경매는 케이옥션에서 오는 20일, 서울옥션에서는 3월에 열린다.
온라인 경매는 더 간편하다. 누구나 무료로 회원 가입을 하고, 원하는 작품에 응찰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응찰 전 전시장에 가서 프리뷰 전시를 보는 게 좋다. 온라인 경매라고 해서 작품의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달 진행되고 있는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엔 추상화의 대가 이우환, 최근 타계한 ‘물방울 작가’ 김창열 화백의 작품 등이 나왔다. 케이옥션은 온라인 경매를 1~2주 간격으로, 서울옥션은 매달 한 번 열고 있다. 해외 경매 작품도 대행 서비스로 간편하게경매에 참여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다. 얼마 정도의 작품을 사야 할지, 얼마에 응찰해야 할지 고민돼서다. 손이천 수석은 “처음 사는 것이라면 연봉의 10분의 1 정도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처음부터 김환기 화백의 고가 유화를 사기보다 비교적 저렴한 김 화백의 드로잉을 사고 점차 컬렉션의 폭을 넓혀가면 된다는 설명이다. 응찰할 땐 예상 낙찰가뿐 아니라 낙찰 수수료도 포함해 계산해야 한다. 보통 낙찰가의 10~15%가 수수료로 붙는다.
작품 크기도 중요하다. 큰 작품이라고 해서 작품의 가치가 높은 것이 아니다. 손지성 서울옥션 홍보수석은 “30평대 기준 최대 50호가 적당하며 거실 소파 위에 걸어둘 작품이라면 20~30호가 알맞다”고 설명했다.
경매 경험이 쌓이고 안목이 높아지면 해외 경매에 도전해도 좋다. 해외에 가지 않고도 크리스티, 소더비 등 주요 경매업체 사이트에서 온라인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서울옥션의 자회사 서울옥션블루에 대행 서비스를 맡겨도 된다. 낙찰받은 작품은 경매회사가 배송까지 해준다. 대행 수수료는 낙찰가가 10억원 미만이면 5%, 10억원 이상이면 3%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