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당일 폭설이 내렸는데도 당선된 건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럭비인들의 간절한 바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존 기로에 놓인 럭비를 사랑받는 인기 스포츠로 만들겠습니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12일 제24대 대한럭비협회장 선거에서 75%의 득표율로 당선된 뒤 이 같은 인사말을 남겼다. 1946년 협회 창립 이후 처음 선거로 뽑힌 협회장이다. 최 회장은 오는 31일 예정된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공식 취임한다. 임기는 2025년 1월까지다. 그는 “한국 럭비가 생존의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시기에 협회장을 맡아 책임이 무겁다”며 “럭비정신으로 무장한 럭비인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일동포인 최 회장은 소문난 ‘럭비광’이다. 그는 중·고교, 대학 내내 럭비선수로 활약했다. 국가대표 선수를 꿈꾸던 최 회장은 진로를 바꿔 일본에서 요식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뒤 2014년 인수한 OK저축은행을 업계 2위로 키워냈다. 지금도 ‘24시간 동안 럭비 얘기만 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럭비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그는 “대한민국 럭비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럭비 선진국 일본을 실력으로 당당히 이기는 등 세계적 수준까지 다다르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대한럭비협회장에 나선 것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에서다. 그는 2015년부터 5년 동안 럭비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퇴임했다. 최 회장이 부회장으로 일하면서 후원한 액수만 10억원을 웃돈다. 그러나 협회는 그가 2017년 국가대표팀 국외 전지훈련에서 이사회 승인 없이 지원했다는 이유로 두 차례 징계를 시도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최 회장은 “투명과 공정, 화합이라는 가치 아래 럭비를 사랑받는 인기 스포츠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누구나 럭비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는 안정적인 예산 확충과 열린 협회 운영, 국민적 저변 확대, 꿈나무 지원, 국가대표팀 지원체계 마련, 지도자·심판 처우 개선 등 여덟 가지 공약을 내걸어 당선됐다.
최 회장은 스포츠업계에서 ‘큰 형님’으로 불린다. 배구와 유도, 야구, 체육회에 걸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서다. 여러 스포츠업계 운영 경험을 토대로 럭비협회의 ‘퀀텀점프’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그는 OK금융그룹 읏맨 프로배구단 구단주로 활동하면서 OK금융박세리인비테이셔널(KLPGA 공식 대회)을 후원하는 등 스포츠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필드하키 남녀 국가대표팀과 안창림 유도 선수, 선동열배전국농아인야구대회도 지원하고 있다. 재일본대한체육회 부회장과 재외한국학교이사장협의회 등도 맡아 재외동포 지원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