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친환경 설비투자 늘리자"…ESG채권시장 2년 새 10배 성장

입력 2021-01-14 17:29
수정 2021-01-15 00:59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시장이 2년 만에 10배 넘게 커졌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요 기업과 기관들이 친환경 설비 투자, 중소 협력업체 지원 등에 ESG채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ESG채권 발행금액은 총 6조1500억원 규모다. 보금자리론, 학자금대출 등 정책 프로그램 일환으로 주택금융공사, 한국장학재단, 예금보험공사 등이 발행한 물량(누적 71조5000억원)을 제외한 실질 발행금액이다. 2019년(3조9200억원)에 비해 56%, 2018년(6000억원)에 비해선 10배 넘게 증가했다.

ESG채권은 친환경 사업 목적의 녹색채권과 의료 교육 주거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발행되는 사회적 채권, 두 가지가 혼합된 지속가능채권으로 나뉜다. 국내에선 2018년 산업은행이 3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하면서 시장이 열렸다. 이후 정유사, 은행, 카드사 등이 ESG채권 발행에 나서며 10조6700억원의 자금이 조달됐다. 현재까지 3조300억원가량이 발행된 녹색채권은 주로 친환경 설비 구축이나 탄소 절감 효과가 있는 사업 투자에 활용됐다.

사회적 채권은 주로 일자리 창출, 영세 사업자 지원 등에 쓰였다. 신한카드 등 카드사들은 영세 가맹점 카드결제대금 지급 주기를 감축하는 데 발행 자금을 투입했다. 결제일로부터 3영업일 후 입금하던 것을 2영업일로 줄이는 식이다. 2018년부터 작년까지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사회적 채권을 발행한 산업은행은 대부분 자금을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활용 중이다.

ESG채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포장’만 ESG로 했을 뿐 정부의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채권 발행이 늘어나는 등 개선할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2019년 ESG채권 발행액의 37.5%를 차지했던 녹색채권 비중은 지난해 15.6%로 급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녹색채권 비중이 80%에 달하는 해외와 정반대”라며 “현재 대부분 기업이 정부의 직간접적 압박에 따른 조치나 홍보 효과 정도를 보고 ESG채권을 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