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고흐를 발견하는 기쁨…나는 오늘 그림 사러간다

입력 2021-01-14 17:34
수정 2021-01-15 01:52

낮이면 태양 아래 빛나는 샛노란 해바라기를, 밤이면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광경을 화폭에 담았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얘기다. 고흐가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힘찬 붓질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확고한 믿음 덕분이었다. “사람들은 언젠가 내 그림이 내 생활비와 물감 가격보다 더 가치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고흐의 기다림은 길고 지난했지만, 결국 사람들은 진가를 알아봤다.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세계의 많은 사람이 그의 작품을 사랑하고 구매하고 있다. 그의 최고가 작품은 ‘가셰 박사의 초상’인데, 8250만달러(약 906억원)에 달한다. 고흐의 작품들이 컬렉터에게 주는 감동은 숫자 그 이상이다. 고흐가 간직했던 벅찬 환희와 끝없는 희망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고스란히 전달된다.

부동산, 주식으론 느낄 수 없는 미술 투자만의 매력을 꼽자면 이런 것이 아닐까. 미술 시장은 지난 수세기에 걸쳐 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에 의해 발전해왔다. 예술가들은 이들에 대한 믿음으로 작업을 지속했고, 컬렉터들은 이에 화답하듯 작품에 투자하고 감상했다. 그에 따른 수익과 감동은 신뢰가 주는 선물이었다.

아쉽게도 국내 시장엔 그런 컬렉터가 소수에 불과했다. 오히려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그림에 투자하는 ‘아트테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구매력이 있는 중년층뿐 아니라 20~30대의 그림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네이버 카페 ‘직장인 컬렉터 되다’의 회원 수는 4000명에 육박한다.

미술품은 가격이 급등락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편이다. 구매 후 3~5년이 지나 되팔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예술을 일상에서 가깝고 쉽게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결혼 기념으로 미술품을 사서 걸어두는 신혼부부도 꽤 있을 정도다. 손이천 K옥션 수석경매사는 “수익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미술품으로 공간을 꾸미고 만족을 느끼려는 심리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신규 컬렉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경매가 활성화되면서 작품을 더욱 쉽고 편리하게 살 수 있게 된 것도 고무적이다. 국내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클릭만 하면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등 추상화 대가들의 그림을 살 수 있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 소더비 경매에도 온라인과 구매대행 서비스를 이용해 참여할 수 있다.

오늘도 수많은 ‘고흐’들이 곳곳에서 붓질을 이어가고 있다. 미술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덕분에 어쩌면 더 열심히 작업하고 있을지 모른다. 또 다른 고흐를 발견하는 기쁨, 작품이 선사하는 생생한 감동을 함께 느껴보는 건 어떨까.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