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서 탄핵 당한 트럼프…퇴임 후 '상원 심판' 받는다

입력 2021-01-14 17:14
수정 2021-01-15 03: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임기를 1주일 남기고 하원에서 탄핵됐다. 미 245년 헌정 사상 대통령이 하원에서 두 차례 탄핵당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0일 퇴임한 뒤엔 상원의 탄핵 심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찬성 232명, 반대 197명으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탄핵 사유는 ‘내란 선동’ 혐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지지자들의 의회 점거를 선동해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222명은 전원이, 공화당 의원 중에선 10명이 탄핵안에 찬성했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외국 정부의 대선 개입 유도 의혹)’로 하원에서 첫 탄핵을 당했을 땐 단 한 명의 이탈자 없이 단일대오를 유지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탄핵안 표결 전 찬반 토론에서 탄핵에 반대하면서도 “대통령이 폭도들의 의회 난입 사태에 책임이 있다”며 탄핵 대신 불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탄핵안이 가결된 뒤 “오늘 하원은 누구도, 미국 대통령조차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초당적으로 보여줬다”며 “트럼프는 미국에 분명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했다.

하원의 탄핵안 가결로 이제 공은 상원으로 넘어갔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하원의 탄핵안 가결 후 성명에서 “규칙과 절차, 전례를 감안할 때 다음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 (상원이) 결론을 낼 가능성이 없다”며 민주당의 ‘퇴임 전 탄핵 심판 종결’ 요구를 거부했다.

매코널 대표는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내가 어떻게 투표할지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 퇴임 후에도 상원의 탄핵 심판이 열릴 것임을 시사했다. 또 자신이 탄핵에 찬성할 가능성도 열어놨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매코널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한 불법을 저질렀으며 탄핵이 공화당에서 트럼프를 축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보도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상원에서 탄핵 심판이 진행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 “상원에서 탄핵당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출마를 금지하는 투표를 할 것”이라고 했다. 퇴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이뤄진다면 미 헌정 사상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의 탄핵안 가결 후 백악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린 영상에서 탄핵에 대한 언급 없이 “폭도들의 폭력은 내가 믿고 우리 운동이 지지하는 모든 것에 반한다”며 의사당 점거 사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건 연루자들을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내란 선동’ 혐의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 나라는 치명적 바이러스와 휘청이는 경제에 시달리고 있다”며 “상원 지도부가 다른 긴급한 사안을 다루면서 탄핵에 대한 헌법적 책임을 질 방법을 찾기 바란다”고 밝혔다. 자신의 임기 초반이 탄핵 정국에 완전히 묻혀선 안 된다는 것이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MSNBC에 출연해 뉴욕시와 트럼프그룹 사이의 모든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고위층이 불법행위에 관여할 경우 계약을 파기할 권리가 있으며 의회 난입 사태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밝히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뉴욕시와 계약이 모두 파기되면 트럼프그룹은 연 1700만달러(약 185억원)의 수입을 잃게 된다고 전했다. 트럼프그룹은 뉴욕시와 계약을 통해 센트럴파크 내 아이스 스케이팅 링크 두 곳, 브롱크스의 골프장 등을 운영 중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