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겠다고 3기 신도시 내놨는데…원흥·삼송 '또' 신고가

입력 2021-01-14 08:42
수정 2021-01-14 09:13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일대의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신설 예정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창릉역’의 영향으로 수혜를 받는다는 기대감에서다. 지난해말부터 올랐던 집값은 올해 들어서도 신고가를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김포, 파주가 연이어 규제로 묶이면서 집값 강세를 보였던 일산서구는 거래가 주춤한 상태다. 추가 상승 기대감에 매물이 줄어든데다 창릉역 정차로 GTX 호재의 힘을 잃으면서 매도 호가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덕양구 도내동 원흥지구 '원흥동일스위트' 전용면적 84㎡가 지난 5일 11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가는 지난달 18일 9억원으로 17일 만에 2억원의 매매가가 오르게 됐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는 켄텍스 원시티 일대에 들어선 새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고양시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덕양구 일대 아파트, 매물 줄고 호가 '점프'삼송·원흥지구에서는 올해들어 신고가가 연일 터지고 있다. 삼송원흥역센트럴푸르지오(91㎡)는 10억원에 거래가 이뤄지면 2개월 전보다 1억원이 넘게 상승했다. 삼송스타클래스(전용 84㎡)는 지난 9일 9억1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이는 12일 전 신고가보다 1억원 오른 매매가다.

면적을 막론하고 매매가 나오는 단지마다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삼송아이파크(99㎡)도 7억5000만원에, 고양삼송동원로얄듀크는 8억원에(84㎡), 삼송우남퍼스트빌은 7억원(84㎡)과 6억500만원(64㎡)에 삼송계룡리슈빌 15단지는 8억4500만원(84㎡)과 7억8700만원(74㎡)에 각각 최고거래가를 나타냈다. 신고기일(30일)을 감안하면 일대의 신고가는 더 나오리라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덕양구 택지지구 일대의 아파트들은 집값이 워낙 강세를 나타냈던 지역이다. 서울과 가까운데다 새 아파트들이 많고 서울지하철 3호선, 이케아 등 인프라들이 풍부해서다. 워낙 집값이 오른 탓에 지난해 하반기에는 상승률이 줄기도 했지만, 작년말 GTX 창릉역 신설 소식에 집값은 다시 불이 붙은 상태다. 정부가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3기 신도시를 추진하면서 교통대책을 내놨지만, 되레 집값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삼송동의 A공인중개사는 "매물이 조금씩 들어가고 있고, 나와 있던 매물의 호가도 오르고 있다"며 "원흥역센트럴푸르지오나 아이파크2차의 경우 호가가 13억원이 되는 물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창릉역 영향을 받다보니 지축이나 향동지구 보다는 삼송·원흥지구의 분위기가 더 좋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덕양구 일대의 아파트 매물은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2005건에 달했다. 하지만 12월 중순이후 급격히 줄더니 정부의 발표가 나기 직전인 지난달 28일에는 1268건이까지 감소했다. 매물건수는 14일 현재 1199건으로 정부 발표 직전보다 5%가량 줄었고, 11월말과 비교하면 40%의 매물이 사라졌다.매수 문의 뜸해진 일산신도시 "창릉역 반대"작년말부터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던 일산서구·동구 일대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5일 1607건까지 떨어졌던 매물건수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기준 매물은 2213건으로 37% 늘어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급매물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까지 거래가 활발했던 일산서구 일산동 일대 또한 매수문의가 뜸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산신도시는 덕양구 보다 서울에서 먼데다 집도 낡은 편이다보니 '덕양이 오르면 일산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다. 창릉역 개통이 덕양구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일산신도시 주민들은 지역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파주에서 시작한 GTX-A 노선은 고양시에서만 킨텍스, 대곡, 창릉 등 3정거장을 정차하게 된다.

정부가 나서서 고양시민들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3기 신도시 발표 당시, 반발하는 일산신도시 주민들을 향해 창릉역은 신설되는 고양선의 역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게시판에는 고양 및 파주시민들로 추정되는 네티즌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나모씨는 "3기 신도시 흥행에 눈이 멀어 GTX 도입 목적을 잃었다"며 "연신내역과 GTX창릉역 예정지까지의 직선거리가 4km가 안되던데, 일반 지하철도 아니고 GTX 역사가 또 들어선다는게 말이 되냐"고 항의했다. 선모씨는 "본인들이 없다던 GTX 창릉역을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꾸냐"며 "서울이 코앞인 창릉에 역사를 세워준다면, 운정에서 새로 세워지는 운정3지구를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냐"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