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장단기 금리차 역전 후엔 어김없이 '불황' 왔다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입력 2021-01-14 08:39
수정 2021-01-14 09:05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13일(현지시간) 나란히 소폭 상승한 채 마감했습니다. 불안불안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파르게 올랐던 데 따른 부담이 큰 상황에서 미국 국채 금리가 단기간 많이 뛰었던 게 긴장감이 높아진 배경입니다. 세계 경제의 벤치마크로 꼽히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 장중 한때 연 1.18%를 상회했으나, 이날은 1.087%로 밀렸습니다. 최근 급등했던 국채 금리 역시 숨고르기를 한 겁니다.

10년물 금리는 이미 지난해 2월 하순 수준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이던 작년 초 연 1%대 중·후반이던 10년물 수익률은 팬데믹(대유행) 선언(작년 3월 11일) 직후였던 3월 29일 연 0.596%까지 떨어졌지요. 이후 큰 변동이 없다가 작년 말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보여 왔습니다.

국채 금리는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합니다. 경제가 좋아지면 물가가 오르고, 국채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른 한편에선 기준금리 인상 및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전자는 증시에 호재이지만, 후자는 커다란 악재입니다.

더 큰 문제는 국채 금리의 상승 속도입니다. 경기 회복에 맞춰 점진적으로 오르지 않는다면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지요.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의 상당수 대출상품 금리가 국채 수익률과 연동돼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수석 경제고문은 “국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미국 경제가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더구나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이틀 전 “올해 안에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역시 연내 테이퍼링 개시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다”고 말해 시장 불안을 증폭시킨 터입니다.

테이퍼링은 Fed가 작년 6월부터 실시해온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는 걸 뜻합니다. Fed는 매달 국채를 8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을 400억달러씩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왔습니다. 이걸 지속하는 한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엔 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달러 약세도 불가피하지요. 반대로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면 시장 유동성이 점진적으로 줄게 됩니다.

증시에 다행인 점은 미국의 물가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겁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치이죠. 1년 전과 비교하면 1.4% 상승에 그쳤습니다. Fed의 목표치(2.0%)에 한참 모자랍니다. Fed는 물가가 ‘수개월간’ 2.0%를 넘더라도 이를 용인하겠다고 이미 수 차례 밝혔습니다. 물가가 잠시 2.0%를 초과해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뜻이 없음을 공언한 겁니다.

일각에선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를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장기 10년물과 단기 2년물의 수익률이 역전된 이후엔 어김없이 경기 불황이 찾아왔기 때문이죠. 가장 최근엔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붕괴 때, 또 2000년대 후반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 그랬습니다.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는 2019년 8월 역전됐습니다. 이 때문에 작년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지 않았더라도 미국발 글로벌 침체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와 관련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이날 미 증시 및 채권시장이 조만간 조정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은행의 얀 해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시장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위기 속에선 항상 비효율적인 기업이 도태되고 비용 절감이 대규모로 이뤄지면서 생산성이 개선됐다”며 “장기적으로 시장이 더 상승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