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약 개발 명가’ 중 하나로 꼽히는 LG화학이 통풍치료제 등 현재 확보한 40여 개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효능이 좋은 신약을 꾸준히 선보인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다. HK이노엔이 혈액암·고형암 세포 유전자 치료제 연구 계획을 발표하는 등 행사에 참여한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 계획’ 보따리를 풀었다. LG화학 “혁신 신약 계속 내놓겠다”올해 콘퍼런스에서 ‘이머징마켓’ 트랙에 모습을 드러낸 LG화학은 ‘동일 계열 내 최고 의약품(Best-in-Class)’을 목표로 통풍 치료제, 유전성 비만 치료제를 집중 개발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이 다소 낮은 ‘최초 신약(First-in-Class)’에 올인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시장에서 기존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의약품을 내놓는 데 힘을 쏟겠다는 얘기다.
통풍 치료제가 그런 예다. 편의성을 끌어올려 다국적 제약사들이 장악한 시장에 침투한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미국 임상 1상을 통해 자체 개발한 통풍 치료제가 통풍의 주원인인 요산의 과다 생성을 억제하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강점은 식사와 관계없이 하루 한 알만 복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올 2분기에 미국 임상 2상을 마칠 계획이다.
LG화학의 또 다른 비밀병기는 유전성 비만 치료제다. 식욕 조절 단백질인 ‘MC4R’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비만을 치료하는 약이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 목록에 올라 후속 약물의 판매 허가를 7년간 막을 수 있는 시장독점권 혜택을 부여받았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2017년 LG생명과학과 합병 후 4년간 신약 과제를 40여 개로 대폭 늘렸다”며 “혁신신약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 CES’에 뜬 K바이오‘바이오 업계의 CES(국제전자제품 전시회)’로 불리는 올해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여한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는 모두 30여 곳. 작년 18개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만큼 K바이오 기업들의 실력과 영향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올해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데뷔한 HK이노엔은 국산 30호 신약인 케이캡의 성과와 함께 후속 파이프라인들의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자가면역질환 신약은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신약은 유럽 1상을 마쳤다. 항암제로 개발 중인 2개 물질은 조만간 유럽 임상 2상에 올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강석희 HK이노엔 대표는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들과 전략적 투자는 물론 기술·제품 수출, 공동 연구 등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 림 신임 대표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및 위탁개발(CDO)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휴젤은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톡신 제품의 중국 시장 전략을, 제넥신은 항암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GX-I7’의 상업화 전략을 공개했다. 나이벡은 단백질 조각인 펩타이드를 이용한 항암제 동물실험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이주현/김우섭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