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폭설 속 버려진 '페라리'?…실제로는 차주 동분서주

입력 2021-01-13 15:26
수정 2021-01-15 17:24


퇴근길 폭설로 서울시 일대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던 6일 밤 동작대교에 외제 스포츠카 페라리가 방치된 채 포착됐다.

당시 사진이 SNS를 통해 확산되자 대다수 네티즌들은 폭설과 혹한으로 도로가 빙판길로 변해 차주가 차를 버리고 귀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중앙분리대 근처 멈춰선 페라리는 전조등이 꺼지고 유리창은 눈으로 뒤덮인 상태였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교통대란과 관련해 8일 "지난 6일 저녁 최고 13.7㎝ 기습 폭설에 3년 만의 한파까지 겹쳐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시민 여러분께 큰 불편과 심려 끼친 점 사과 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눈길에 버려진 페라리 사건으로 방치된 차량으로 2차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도 알려졌다.

불가피한 경우라면 보험사와 경찰에 신고하는 등 초동대처를 해야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보험사와 경찰이 출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언도 무용지물이다.

실제 이날 방치된 것으로 보였던 페라리 차주 A 씨 또한 실제로는 차를 이동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연은 페라리 차주의 이웃이자 슈퍼카 직수입업에 종사하는 김재경 A1 인터내셔널 대표가 자신의 SNS에 그날의 뒷이야기를 전하며 알려졌다.

김 대표는 "페라리 센터는 강서에 있는데 A 씨가 서비스센터에 다녀오는 길에 폭설을 만났다"면서 "차가 계속 미끄러지니까 가드레일에 부딪힐 것 같아서 견인차를 요청했으나 시간이 오래걸린다고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차주는 스프레이 체인을 사기 위해 차를 동작대교에 두고 반포 킴스클럽까지 걸어서 왕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제가 된 도로 위 페라리 사진은 이때 포착됐다.

비슷한 시각 도로에 차가 방치돼 있다는 경찰 신고도 줄을 이었다.

경찰은 A 씨에게 계속 차를 빼줄 것을 요청했지만 A 씨는 차를 빼고 싶어도 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SNS를 통해 '버려진 페라리'를 접하게 됐고 옆집 주민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결국 2시가 넘은 시각에 자신의 차로 페라리가 있는 곳까지 접근해 스노우모드로 차를 조작해서 이동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A 씨는 주행하려 하면 차가 미끄러지고 견인차도 부를 수 없어 난감했다. 뉴스만 보고 차를 버리고 갔다고 마녀사냥이 일어났지만 폭설 속에 올림픽대로를 계속 오가며 갖은 노력을 했다는 점은 알아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슈퍼카는 4륜구동이어도 여름전용 타이어가 부착돼 있어 눈길에 취약하다"면서 "눈이 올 때는 윈터타이어로 교체해야 하며 눈길모드로 조작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슈퍼카 운전자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