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공(空)매도 재개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인미답으로 여겨진 코스피 3000시대가 열렸지만 공매도 재개가 랠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매도는 정말 증시를 어지럽히는 주범일까, 아니면 주가 거품을 막고 적정가를 유지해주는 지원군일까, 진정 개미들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인건지, 한경닷컴이 3편의 시리즈를 통해 논란의 '공매도'를 들여다봤다.
공매도 재개 시점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매도 금지 연장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10년 만에 박스피를 벗어나 상승세를 보이는 한국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와 급속하게 과열된 증시 거품이 더 커지기 전에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공매도를 오는 3월 재개하겠다는 목표로 제도 개선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앞서 금융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가가 하락하자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후 6개월 재연장해 오는 3월 15일까지 공매도가 금지된 상태다.
금융위는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4월 재보선을 앞둔 정치권 움직임, 공매도 재개에 반발하는 동학개미 등은 금융위의 결정에 영향을 줄 변수다. 개미 공매도 재개 반대 "코스피 2000대로 돌아갈 것"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개인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특정 종목의 하락을 부추기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정상적인 공매도로 주가폭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고 막강한 정보력, 대규모 자금력 등을 갖춘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개인은 접근기회가 막혀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공매도의 영구적인 금지를 요청하는 청원이 13일 오후 기준 1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고 있다. 국민청원은 20만명 이상 동의를 얻을 경우 각 부처나 기관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관계자들이 직접 답변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31일 게재돼 오는 30일까지 동의할 수 있는 해당 청원의 작성자는 "공매도를 금지한 현재 증시에 무슨 문제가 있나"며 "공매도를 부활시킨다면 이번 정부와 민주당은 역풍을 맞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동학개미들이 한꺼번에 주식시장을 퇴출하는 사태가 벌어질 우려가 있어 걱정스럽다"며 "불법 공매도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매도 재개를 강행하는 것은 다시 코스피를 2000대 박스권으로 돌려놓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게시판에는 공매도 재개 반대를 요구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국내 금융시장을 믿고 과감하게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 동학개미가 외국인 기관투자자보다 낫다. 일부 부작용이 있더라도 동학개미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에 폐지가 마땅하다."(아이디 주니*)
"공매도 영구폐지는 경제민주화의 초석, 당국은 시장 과열을 빌미로 겉치레인 제도만 보완해 얼렁뚱땅 재개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flo**), "공매도 반대 개인투자자들이 힘을 모아 공매도 폐지하는 당에 투표를 하겠다는 공표를 하고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준비 단계를 만들어야 한다."(공*)
증권가 "과열된 주식시장 안정화 위해 공매도 재개해야"
반면 증권가에서는 동학개미 열풍으로 과열된 국내 주식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매도 금지가 코스피 상승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보다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푼 유동성이 증시로 흘러들어간 점이 더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재개 움직임은 적절하다고 평가한다"며 "지금과 같은 상승장에서는 공매도를 재개함으로써 기능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이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매도를 재개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 두 번의 공매도 금지 경험을 가지고 있고 당시 시장에 거의 영향이 없었다는 걸 확인한 바 있다"며 "일부 몇 개의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될 수 있지만 대형 우량주에 공매도가 집중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수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공매도를 하지 못하게 막아 놓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네시아(무기한 금지) 등 2개국 뿐이다. 한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려면 공매도 없이는 어렵다는 점도 재개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공매도 재개 시 바이오 기업, 중·소형주 변동성↑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실적 대비 주가가 높은 바이오, 중소형 기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 대형주의 경우 선물이 있으니 공매도 재개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코스닥 바이오 기업이나 중·소형주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공매도를 금지한 전후로 코스닥 시장에서는 헬스케어 업종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며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와 헬스케어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공매도 재개는 주가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공매도 금지가 해제될 경우 펀더멘탈 취약 업종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이익 성장이 보장된 산업은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재생 에너지 등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K-뉴딜 정책 관련주가 대표적이다. LG화학, 삼성SDI, 한화솔루션 등은 작년부터 이익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는데다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고 있어 어닝 쇼크 위험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매도 재개에 대한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하고 개인 공매도를 허용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학개미 열풍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가는 올해 '상고하저'의 증시 흐름을 예상하며, 공매도가 재개되기 전인 1분기까지는 상승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이 과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2일 기준 20조7871억98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7% 증가했다. 사상 최대치다.
신용융자 잔고 급증세는 향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신용융자 거래는 만기가 있는 만큼 대부분 단기투자 수요다. 잔고가 많을수록 변동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이 높아지지만 하락장에서의 손실도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신용융자 잔고율이 높은 종목에 대해선 주의가 필요하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종목 중 신용잔고율이 높은 종목은 써니전자'(10.97%), 대성홀딩스(10.64%), KC코트렐(10.45%), 한솔홈데코(10.24%), 영화금속(10.18%) 등이다. 이밖에도 특별한 호재나 실적 없이 주가상승률이 높았던 종목은 공매도 표적이 될 수 있어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