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대법원의 산업재해 범죄 양형기준 강화에 이어 산재 예방·감독기구(산업안전보건청)도 설립될 전망이다. 정부가 그동안 산안청 설립 논의를 이끌어온 박두용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사진)을 연임시키기로 결정하면서다. 산업현장에서는 "산안청까지 설립되면 산재 감독와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사법·행정부의 '삼각 편대'가 완성되는 것"이라는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6일 3년 임기를 마친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임기를 1년 연장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자타가 공인하는 산업안전전문가이며 부임 이후 산재 감축을 위한 노력이 높이 평가됐다"는 게 연임 결정의 배경이다.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연임은 1987년 공단 설립 이후 처음이다.
3년 임기 동안의 성과와 평판을 떠나 한성대 공대 교수 출신인 박 이사장은 산업안전 전담기구인 '산안청 설립 전도사'로 유명하다. 2018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 시절에는 산안청 설립을 직접 제안해 논의 의제로 설정하기도 했다. 공단 이사장 부임 이후에도 줄곧 산업안전보건 행정체계 개편을 위해 산안청 설립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 산하기관은 안전보건공단을 비롯해 모두 네 곳이다. 이 중 기관장 연임이 결정된 곳은 안전보건공단이 유일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박 이사장은 산안청 설립 미션을 받고 1년간 임기를 연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산안청 설립 이슈는 2018년 박 이사장의 제안으로 논의가 시작돼 지난해 4월 경사노위에서 '산안청 설립을 포함한 다양한 시스템 개편을 검토·추진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이 나왔다. 국회에도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부 장관을 지낸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해놓은 상태다. 의원 40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이 개정안은 "산업안전보건업무는 전문적이고 능동적인 업무 수행이 요구되는데 현재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과 지방고용노동청 일부에서 담당해 한계가 있어 전담조직인 산안청을 설치해 산재 예방과 사업장 여건 개선에 기여토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1월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다.
경영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경사노위 합의 이후 아직까지 구체적인 설립 논의는 없지만 중대재해법 제정처럼 언제 어떻게 강행할지 모른다는 우려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현행 산업안전 감독이 워낙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다보니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기업입장에서는 규제기관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