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택시를 10년간 운전하다 퇴직한 뒤 택시 협동조합에 가입한 박재광 씨(76)는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박씨는 12일 “출자자이자 조합원이어서 벌이도 법인 시절보다 월 평균 80만원 이상 많다”며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아주 힘들지만 협동조합 택시를 택한 게 아주 잘한 일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택시업계도 힘겨운 상황이지만 대구에서는 협동조합 택시로 위기를 돌파하는 회사와 기사들이 늘고 있다.
협동조합 택시는 법인택시의 일종이다. 기사들이 공동 출자해 회사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수익도 서로 나눠 갖는 구조다. 자신이 몰 택시를 현물 출자하고 2000만~3000만원 정도를 현금으로도 출자하고 있다. 대구에는 2016년 이후 박씨가 가입한 대구택시협동조합 등 9개 협동조합 택시회사가 운영 중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구의 택시 면허대수는 총 1만5901대. 이 가운데 개인택시가 1만45대다. 88개 법인, 5856대의 택시 가운데 실제 운행되는 택시는 4400여 대다. 협동조합 택시는 1075대로 법인택시의 24%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운영을 준비 중인 택시 협동조합도 3개나 된다. 반면 2016년 이후 폐업한 법인택시 회사는 4개(감차 123대)다.
유길의 대구협동조합지원센터장은 “협동조합은 회사의 수익을 조합원이 가져가는 구조여서 수입이 상대적으로 많고 책임감 있게 차를 운행해 서비스도 좋은 데 비해 사고율이 낮아 회사의 비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로 일하다 퇴직한 뒤 3년째 협동조합 택시를 몰고 있는 권천달 씨(62)는 “퇴직 후 직업으로 안성맞춤”이라며 “그동안 선후배 10명에게 소개해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가장 먼저 발족한 대구택시협동조합 조합원은 현재 237명이다. 2016년 출범 때 109명보다 배 이상 늘었다. 회사 대표로 일하다 퇴직 후 3년8개월째 택시를 모는 김정길 씨(61)는 “택시를 처음으로 몰아보지만 자유스럽고 일하기가 편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심경현 대구택시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구 택시업계가 어렵다 보니 협동조합 운영 방식을 도입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공직자나 기업체 출신 등 사회적 경험이 있는 사람도 많아 고객 서비스 수준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