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올해 9월부터는 19세 이상 건강한 성인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된다. 방역당국이 국내 코로나19 집단면역 형성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일반인 접종을 3분기 안에 시작하기로 해서다. 집단면역은 일정한 인구가 면역력을 얻어 감염병이 퍼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백신을 활용해 올해 11월께 이런 상태를 만드는 게 정부의 목표다. 건강한 청장년, 3분기 접종 시작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2일 “대부분의 백신이 2회 접종인 점을 감안해 만 19~49세 성인도 3분기부터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정부가 의료인, 노인 등 우선접종 대상자가 아닌 건강한 성인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를 두고 수차례 다른 발표를 해 혼선을 부추겼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9월 집단면역 수준까지 접종을 마치겠다”고 발표했다가 최근 “11월께 집단면역 수준을 형성하겠다”며 집단면역 시기를 조정했다.
이날 방대본에서 일반인 접종 시기를 발표한 것은 정부가 국내 집단면역 시점을 11월로 맞추겠다는 것을 확정했다는 의미다. 정부는 전체 인구(5183만 명)의 70%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11월께 최소 3628만 명이 코로나19 백신을 두 번 이상 맞게 된다.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해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하는 우선접종 대상자는 3200만~3600만 명이다. 집단시설 생활을 하는 사람은 물론 만성질환자와 건강한 성인 중 50~64세 장년층도 우선접종 대상에 포함된다. 이들에 대한 접종이 순차적으로 이뤄진 뒤 일반인 접종이 시작된다.
국내에 들어오는 백신 5600만 명분 중 얀센 백신 600만 명분을 제외하면 모두 3~4주 정도 간격으로 두 번 맞아야 한다. 백신 접종 후 항체가 생기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주 정도다. 이를 고려하면 9월께 건강한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의료계에서는 내다봤다. 노바백스 백신 추가 도입 계약도지난달 청와대는 이미 확보한 5600만 명분 백신 외에 노바백스 백신 최소 1000만 명분과 화이자 백신 500만 명분을 더 들여오기 위해 개별 제약사와 협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백신 계약이 확정되면 확보 물량은 7100만 명분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날 추가 도입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또 다른 플랫폼 백신을 추가 도입하려는 노력을 해왔고 최근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백신 면역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데다 짧은 유효기간 때문에 일부 백신을 폐기하는 상황을 고려해 백신을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수탁개발생산(CDMO)을 맡고 있는 노바백스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몸속에 넣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바이러스벡터 백신과 달리 단백질 재조합 방식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 조각을 몸속에 넣는 것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안전성이 검증된 데다 영상 2~8도에서 냉장 보관할 수 있다. 8571억원, 모더나 백신 구입 등에 지출정부는 다음달 요양시설 등에 거주하는 노인, 의료인 등 100만 명을 대상으로 1차 백신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바이러스벡터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유력하다. 백신 도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질병청은 코로나19 백신 구입을 위한 8571억원과 예방접종 부대비용 380억원 등 8951억원을 예비비로 확보했다.
mRNA 백신인 화이자 백신은 영하 50~90도,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로 보관해야 한다. 이달 냉동고를 100대 확보하고 1분기 중 추가로 냉동고를 구매해 250대를 마련하는 게 목표다. 백신 유통업체와의 계약도 이달 마무리할 계획이다.
국민이 백신 접종비용을 직접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 조건이 까다로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국공립병원이나 공공시설 등 거점센터에서 접종하고 접종비도 국가 재정에서 부담할 방침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등 민간 의료기관에서 접종하는 냉장 유통 백신 접종비용은 건강보험에서 일부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