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워낙 속도가 빨라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 자산시장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 1.145%를 기록했다. 직전 영업일(8일)의 연 1.120% 대비 0.025%포인트 뛴 수치다. 1주일 전이던 지난 4일엔 연 0.917%로 1%를 밑돌았다. 불과 1주일 새 0.22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현재의 10년물 금리는 이미 지난해 2월 하순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이던 작년 초 연 1%대 중·후반이던 10년물 금리는 팬데믹(대유행) 선언(작년 3월 11일) 직후였던 3월 29일 연 0.596%까지 떨어졌다. 이후 큰 변동이 없다가 작년 말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싹쓸이한 뒤 대규모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10년물 금리가 더 뛰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단기 금리차도 커지고 있다. 이날 국채 2년물 수익률이 연 0.149%에 그치면서 10년물과의 차이가 99.6bp(1bp=0.01%포인트)에 달했다. 이 같은 격차는 2017년 7월 이후 최대라는 게 CNBC의 설명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후 격차가 확대되는 시점엔 어김없이 경기 불황이 닥쳤다.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는 2019년 8월 역전됐다.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는 건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 신호로 해석되지만 문제는 속도다. 국채 금리가 한꺼번에 많이 뛰면 이에 연동하는 각종 대출 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기업·가계엔 충격을 줄 수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수석경제고문은 “최근 장기 금리 상승이 경제 성장이 아니라 물가 상승 전망 때문이란 것이 문제”라며 “이 추세가 지속되면 미국 경제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도 악재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기업이 창출하는 수익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투자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의 앨버트 에드워즈 글로벌 전략가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1.5%에 도달하기 전에 증시 거품이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도 강세로 전환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0.48% 상승한 90.53을 기록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