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소 마스크 착용 철저…김정은 앞에선 '노마스크'

입력 2021-01-12 16:13
수정 2021-01-12 16:14

북한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한 마스크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규모 회의나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쓰다가도 수천 명이 모인 당대회 본 회의에서는 일제히 마스크를 벗는 모습을 보였다.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당대회 7일차인 전날 부문별 협의회 사진을 보면 회의실을 메운 참가자들은 일제히 푸른색 일회용 덴탈(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했다. '거리두기' 없이 바짝 붙었지만 참석자 대부분 코 위까지 반듯하게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본 회의장보다 작은 별도 회의실에서 열린 군사와 군수공업, 농업, 공업, 경공업 등 부문별 협의회에서는 발언자나 사회자를 제외하고는 단상에 앉은 간부들도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이는 지난 5~10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주재한 사업총화 보고와 당 규약 개정 회의에서 주석단과 대회장 내 모든 참석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대표자와 방청자 등 7000명이 한데 모인 가운데 치러졌지만 김정은 총비서를 비롯해 당 지도부 간부와 대표자 전원이 '노 마스크'로 참석했다.


조선중앙TV의 전날 보도를 보면 당 대표자들은 버스에서 내린 뒤 당대회가 열리는 4·25문화회관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실내로 들어선 뒤에는 벗은 채로 돌아다녔다.

북한이 밀폐된 실내에 수천 명을 밀집시키고도 마스크 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전에 참석자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하는 '1호 행사'인 만큼 사전에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으며 당 대표자들은 선출된 뒤 약 2주일간 각 지역에 격리됐다가 평양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대회가 대내외에 널리 보이는 공식행사인데다가 김 총비서가 주로 발언하고 참석자들은 대표증을 들어 의결하는 회의 성격을 고려해 노 마스크를 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도 전원이 마스크 없이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북한이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린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총비서는 "어려웠던 지난 한해 전례 없이 장기화된 사상초유의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 속에서도 어려움을 완강히 이겨내면서 방역사업에서 전인민적인 자각적 일치성을 견지하고 그것을 애국적 의무로 여기며 방역의 안정적 형세를 시종일관 철저히 보장했다"고 자평했다.

지난달 방역 단계를 최고 수위인 '초특급'으로 격상한 북한은 각국 외교사절까지 사실상 추방하고 주민들의 이동도 제한해왔다. 북한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제정한 비상방역법에 따르면 방역 등급을 1급·특급·초특급 세 단계다. 가장 높은 초특급은 모든 공간을 봉쇄하고 모임과 학업을 중지하며, 국내 지역을 완전히 봉쇄하도록 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지난해 1월부터 국경을 봉쇄한 북한은 그동안 방역을 앞세워 외국의 지원 물자도 받지 않아왔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서해상 해수부 공무원을 피살한 뒤에도 '방역 차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