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제조가 자동차 업체에건 '독이 든 성배'와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마진이 적은데다, 경쟁 전기차(EV) 브랜드만 키워주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카 협력설로 급등한 현대자동차 주식에 대해선 "제너럴모터스(GM) 이상으로 커진 시가총액은 과열"이란 진단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애플카 출시는 '빅딜'이 될 수 있지만, 이를 계약생산하는 제조업체엔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현대차그룹에 애플카 개발 및 생산 관련 협업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현대차 주식은 지난 8일 19% 급등했고, 11일에도 9% 추가 상승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지난 8일 “다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 요청을 받았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공시했다.
애플은 지난 2014년부터 미래 차 개발계획인 ‘프로젝트 타이탄’을 가동해왔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WSJ은 "현대차는 아마 대만의 폭스콘이 아이폰에서 하는 역할과 비슷한 생산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면서도 "애플카 제조와 관련된 모든 장점을 감안해도 그 새 현대차의 시가총액이 150억달러 가까이 늘어난 건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협상 결렬 위험이나 프로젝트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리스크를 제외하고도 제조개발생산(ODM)은 그다지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 예로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인터내셔널은 재규어의 전기차 SUV인 I-페이스를 ODM 방삭으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수익성이 거의 없다. 마그나의 완성차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1.1%, 2019년 2.1%로 이 회사의 부품 사업에 비해 더 낮은 수익성을 보여왔다.
WSJ는 현대차가 애플과 협력할 경우 막대한 전기차 개발비용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또 전기차 분야에서 매출도 확대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개발했고, 올해부터 이를 적용한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여기엔 두가지 위험이 따른다고 WSJ은 지적했다. 먼저 애플이란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의 부상을 도울 수 있다. 게다가 애플과의 협력은 마그나가 현재 완성차 조립에서 얻는 것보다 훨씬 낮은 마진을 얻는 데 그칠 수도 있다.
폭스콘은 아이폰 생산에서 굉장히 낮은 마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스콘은 또 지난 10월 전기차 플랫폼을 발표했다. 'EV의 안드로이드'가 되겠다는 것이다. WSJ은 "폭스콘이 자동차 조립 사업에 얼마나 적극적일 지 불투명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전기차 ODM 사업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마진이 적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고 보도했다.
WSJ은 "자동차 업계가 최근 막대한 돈을 전기차에 쏟아붓는 것은 상당부분 테슬라의 주가 급등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8000억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이 합리화될 수 있다면 그건 테슬라의 브랜드와 자체 제조역량 덕분"이라며 "이런 점에서 어떤 전기차 스타트업도 아웃소싱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WSJ은 "자동차 업체가 EV ODM을 추구하는 전략은 애플처럼 막강한 브랜드와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해도 결국 막다른 골목으로 달려가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