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훈장 안 받겠다"…트럼프에 등돌린 벨리칙 감독

입력 2021-01-12 10:54
수정 2021-02-11 00:30


미국프로풋볼(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빌 벨리칙 감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는 '자유의 메달' 수상을 거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벨리칙 감독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지지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4일 벨리칙 감독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할 예정이었다. 자유의 메달은 국적과 관계없이 미 국가 안보와 이익, 세계 평화, 문화와 공적 영역에서 기여한 민간인에게 주는 상이다. 미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영예로 여겨진다.

벨리칙 감독은 이날 성명을 내고 "처음 자유의 메달을 받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기분이 우쭐했다"며 "하지만 지난주 비극적인 사건들이 일어났기 때문에 자유의메달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비극적인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6일 미 의회에 난입해 일으킨 폭력 사태로 해석된다.

WSJ는 "벨리칙 감독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퇴진 요구에 직면한 대통령에 대한 날카로운 질책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스포츠계 인사 중에서는 지난 8일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골프 선수들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소렌스탐과 플레이어는 의회 난입 사태 이후에도 메달을 받았다며 여론으로부터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벨리칙 감독은 "내가 가족과 패트리어츠를 대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나의 프로 경력 중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지난해 우리 팀이 사회적 정의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팀, 국가에 충실하면서 이런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명예의 메달과 같은 상을 받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벨리칙 감독은 2000년부터 패트리어츠을 이끌고 있다. 역대 NFL 감독 중 최다인 6차례 슈퍼볼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충성파 공화당 하원의원에게 자유의 메달을 줬다. 민주당이 탄핵을 발의한 날 지난해 탄핵방어 최전선에 섰던 인사에게 보란 듯이 자유의 메달을 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 행사를 열고 공화당 짐 조던 하원의원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했다. 백악관은 "작년 초 조던 의원은 하원 법사위원회 공화당 지도부가 돼 탄핵 마녀사냥에 맞서는 노력을 이끌었다"면서 "그는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곳의 미국인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하이오주가 지역구인 조던 의원은 민주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때 앞장서 방어에 나서며 존재감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불복에도 동조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 당시 하원 정보위원회 공화당 간사를 맡아 자신을 엄호한 데빈 누네스 공화당 하원의원에게도 지난 4일 자유의 메달을 줬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