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株)가 랠리를 펼쳤다. 국내 증시가 3000선에 진입하는 등 '불장(Bull-Market)'에 들어서면서 개인들이 4조원 넘게 '불타기(물타기에 반대말, 오를 것 같은 주식을 더 사는 것)'에 나섰다.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매매 수수료를 통해 증권사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덩달아 커졌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전날보다 2050원(15.13%) 상승한 1만5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320원(11.43%) 뛴 3120원을 기록했다.
키움증권 SK증권 DB금융투자 유안타증권 상상인증권 미래에셋대우 교보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대신증권 한양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증시에 상장된 19개 증권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떨어진 종목은 3개에 불과했다.
개인들이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면서 증권사 수익을 개선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 이날 증시에서 개인들이 사들인 규모는 무려 4조4763억원이다. 이전 최대 기록은 지난해 11월30일에 기록한 2조2206억원으로, 당시의 2배 수준이다.
국내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키움증권은 지난 8일 하루에만 신규 계좌가 5만좌 이상 개설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일 하루에만 3만9780좌가 개설된 지 사흘 만에 세운 최대 기록이다.
거래대금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12조2004억원이다. △2019년 4조9898억원 △2018년 6조5486억원 △2017년 5조3257억원 △2016년 4조5230억원 등 최근 5년간 일평균 거래대금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 수준이다.
증시에 들어오려고 하는 대기자금도 여전히 많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전날 기준 69조2718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65조5227억원보다 4조원 넘게 불었다. 불과 열흘 만에 늘어난 수치다.
증권사들은 과거부터 수익 비중에서 위탁매매(브로커리지)를 줄이고 투자은행(IB)을 늘려왔지만 여전히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이전부터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 비중을 줄이고는 있지만 통상 이익의 20%는 차지하고 있다"며 "개인들의 거래가 늘어나면서 증권사의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상승한 것"이라고 봤다.
올해 역시 증권사들의 실적에 브로커리지 관련 상당 부분은 반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계속 낮아진 가능성이 있는 만큼 IB 혹은 자산관리(WM) 비중이 큰 증권사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