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 후보자에게 듣는다] 조현욱 "직역수호 통해 행동하는 변협 만들겠다"

입력 2021-01-12 06:00
수정 2021-01-12 09:49
전국 3만여명 변호사들의 수장을 뽑는 제 51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선거가 오는 25일 치러진다. 사상 최다인 5명의 후보자가 출마한 만큼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진행할 가능성도 크다. 결선투표일은 오는 27일이다.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경제신문이 각 후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순서는 후보자 기호와 인터뷰 일자 등을 고려했다.
조현욱 후보자(사법연수원 19기)에게는 유달리 수식어가 많이 따라붙는다. ‘사법고시 최연소 합격’부터 ‘대한변호사협회 7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협회장 후보자’라는 말까지. 지난 11일 만난 조 후보자는 이같은 이력을 통해 쌓은 경력을 십분 활용하겠다고 했다. “변호사 개개인의 목소리를 듣고 ‘직역수호’에 나서는 한편 청년·여성·사내변호사들까지 챙기겠다”는 포부다. ▶사법고시 최연소 합격부터 부장판사까지 이력이 화려한데요. 출마 계기가 궁금합니다.“협회장 선거에 출마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유사직역들의 직역침탈 시도 법안을 보면서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한 마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른 분들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법조계에 진출했습니다. 그만큼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어려서부터 고민했어요. 그 결과 제 인생을 10년 단위로 계획했죠. 10년간 법률 구조공단에서 어려운 분들을 위해 일했고, 10년간은 법원에서 근무를, 그 이후에는 변호사로 활동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변호사 개업 이후 주위 변호사들을 보며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수임 사건이 격감해 사무실 유지도 힘들다는 분들이나 취업난에 고통받는 청년변호사들을 지켜보며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에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지난 2018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으로 취임해 여성변호사들의 권익 개선을 위해 여러 활동을 한 경험도 있습니다. 대한변협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고, 일선 현장에서의 경험을 이젠 실질적인 정책으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유사직역과의 갈등에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요?“직역수호 업무만 전담하는 상근 부협회장 제도와 상설 특별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입니다. 직역수호 전담조직에 대한변협의 인력과 예산을 적극 지원하고 협회장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입법화’입니다. 대(對)국회 활동을 통해 유사직역의 직역침탈 법안을 저지하고, 아울러 일자리 창출 법안을 통과시켜 나가야 합니다. 이미 여러 국회의원들을 직접 만나 법무담당관 의무 도입을 골자로 한 일자리 창출 법안 발의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젊은 변호사 세대를 위한 방안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청년변호사 대책과 관련해선 청년기금 조성, 청년변호사 취업박람회를 개최하겠습니다. 현재 대한변협의 취업사이트를 개편해 청년변호사들의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법무담당관을 두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이 있겠죠. 또 행정소송 시 소송 수행자의 자격을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로 한정하는 법률 개정을 한다면, 정부부처의 청년변호사에 대한 수요를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체 등에서 일하는 변호사들도 많습니다. 이들을 위한 공약도 있습니까?“사내변호사들을 위한 구체적인 공약도 마련했습니다. 입법을 통해 변호사 비밀유지권(ACP)을 도입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된 것인데, 현행 변호사법에는 이에 관한 규정이 없습니다. 또 사내변호사들을 지휘하는 법무실장 또는 준법지원실장을 변호사 자격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를 위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계획입니다.

여성변호사들을 위해 ‘긴급 아이 돌보미’ 서비스를 만들겠습니다. 재판을 가야하는데 갑자기 육아를 해야하는 곤혹스러움이 생기지 않도록 말입니다. 이런 문제를 변협이 나서 해결해줘야 합니다.” ▶'의견수렴제'를 주요 안건 중 하나로 소개했는데요.“사회적으로 중요한 현안에 대해선 개별 회원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취합·반영해 협회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겠단 구상입니다. 이와 별개로 ‘변호사 청원제’도 실시할 생각입니다. 일정 숫자의 변호사들이 대한변협에 청원을 하면, 그 내용을 검토해 이를 반영할 생각입니다.” ▶'변호사 3만명' 시대를 맞았습니다. 연간 배출되는 신규 변호사 수를 두고도 말이 많습니다.“변호사 시험의 합격자 숫자를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로스쿨을 수료한 분들의 숫자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게 해야하는 거겠지요. 아울러 지금의 로스쿨 정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로스쿨 간 통폐합을 통해 적정 인원의 졸업생들만이 변호사 시험을 치룰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법무부와 로스쿨을 설득해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기존의 변협과 어떻게 다른 협회를 꿈꾸십니까?‘직역수호’를 시급한 현안으로 보고 이를 이뤄내겠습니다. 당장 행동하고 당장 실천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한변협이 갖고 있는 위상에 비춰, 우리 사회의 중요 현안에 대해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겠구요. 할 말을 하는 변협, 당당한 변협, 회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대한변협을 만들고 싶습니다.”

조현욱 변호사

-1983 부산 동래여고 졸업
-1986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1987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1989 사법연수원 제19기 수료
-1990~1999 대한법률구조공단 근무
-2000~2005 판사(대전지법·대구지법·대구고법·인천지법)
-2006~2008 부장판사(전주지법·인천지법)
-2008 조현욱법률사무소 개설
-2013 대한변호사협회 이사·국제위원회 위원
-2015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
-2016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
-2018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2018년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現 더조은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