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프로그램을 오는 4월 이후에도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상하기 어려운 데다 내수 불황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금융회사들은 이자 유예 조치만이라도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상황 더 나빠져 불가피”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3월 말까지 예정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대출 원리금 납부 유예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6개월간 대출 만기를 늦춰주고 이자를 나중에 낼 수 있도록 해줬다. 지난해 9월에는 같은 조치를 반년 더 연장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더 커졌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2.5단계로 격상됐다”며 “자영업자들에게 재난지원금(300만원)을 또다시 지급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더 나빠졌기 때문에 지원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부터 은행들이 대출 만기를 연장해준 자금은 110조원에 달한다. 또 이자조차 내지 못해 납입 유예한 금액은 1000억원에 육박한다. 금융위는 은행들이 자금을 거둬들이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줄을 이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부터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달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도 “3월 이후 지원이 딱 끊기는 날부터 돈을 회수하는 게 아니라 일정한 시간을 두고 적응할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리금 상환 유예 프로그램을 얼마나 연기할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추후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는 기미가 보여야 대출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코로나 백신 접종 일정과 효과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출 부실 규모 4조~5조원 육박은행권에서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부의 뜻에 찬성한다는 분위기다. 은행들은 대출 만기 연장에는 이렇다 할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이자 유예 부분을 두고는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자 유예가 1000억원 정도라고 하면 별것 아니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대출 원금을 따져보면 4조~5조원에 달하는 돈이고 이들 자금 전체가 부실 위험에 놓여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프로그램의 순조로운 연장은 결국 금융위와 은행들이 이자 유예 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걱정하는 부실 우려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은행과 생산적인 협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권 실적이 양호했다는 점을 들어 충당금을 비교적 넉넉히 쌓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순이익을 보면 국민은행 1조8824억원, 신한은행 1조7650억원, 하나은행 1조6544억원, 우리은행 1조1660억원 등이다.
대출 만기 추가 연장 여부는 다음달 중순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자금 관리 등 경영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해주는 게 바람직한 만큼 결정을 마냥 늦출 순 없기 때문이다.
박종서/김대훈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