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계산업의 수출 규모가 8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5위에서 이탈해 8위로 미끄러졌다. 중국이 무섭게 추격해오면서 10년 만에 기계산업의 수출경쟁력도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가 최근 공개한 ‘유엔 통계로 본 주요국의 기계산업’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기계산업 수출은 235조원(약 2170억달러)으로 세계 8위로 집계됐다. 257조원(약 2370억달러)으로 세계 5위를 기록한 1년 전(2017년)에 비해 3계단 하락했다. 2010년 이후 줄곧 유지해오던 5위 자리에서 8년 만에 밀려났다.
세계 1위는 859조원(약 7910억달러)을 기록한 독일이 차지했다. 그 뒤를 810조원(약 7460억달러)을 기록한 중국이 바짝 추격했다. 이어 미국(5000억달러), 일본(4170억달러)이 뒤를 이었다. 멕시코(2310억달러), 프랑스(2300억달러), 이탈리아(2230억달러) 등이 처음으로 한국을 추월했다.
한국이 1위를 차지한 기계산업 수출 분야는 전무했다. 그나마 조선, 광학기기, 금형, 보일러 등 분야에서 세계 2위에 올랐다. 이 분야에서 세계 1위 수출국은 모두 중국 차지였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기계 품목별 수출경쟁력지수(RCA)에서도 한국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RCA지수가 1보다 커 비교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는 기계 품목 수는 한국이 6개에서 9개로 늘어난 사이 중국은 7개에서 12개로 증가했다. 중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기계품목은 건설기계, 섬유기계, 냉동공조기계, 베어링, 금형 등으로 대다수 한국과 겹쳤다.
제조 업체에 직격탄을 안긴 주 52시간 근로제와 곧 다가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각종 규제로 인해 기계산업 발전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광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계업은 제조업 가운데 가장 많은 기업(9700여 개)과 고용 인력(43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계업은 4차산업 혁명에도 기반이 되는 산업”이라며 “정부가 차세대 산업만을 육성할 게 아니라 기계산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