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배우' 열연 차인표 "벽을 깨고 싶었다"

입력 2021-01-10 16:51
수정 2021-01-11 00:32
진흙탕에 넘어져 온몸이 흙투성이다. 강아지 배설물도 실수로 움켜쥔다. 학교 건물에서 샤워를 하다 벗은 상태로 무너진 건물에 갇히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알몸을 보여줄 수 없어 ‘구해달라’고 외치지 못한다.

배우 차인표(사진)가 온몸으로 망가지며 웃기고도 처절한 연기를 해냈다. 지난 1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차인표’에서다. 신예 김동규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젊은 시절 멋진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 이미지를 깨지 못하고 정체기를 맞은 중년 배우의 이야기를 다뤘다. 허구지만 그의 현실을 관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이 작품에서 대중이 ‘차인표’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를 깡그리 깨뜨린다.

“대중이 부여한 ‘바른생활 사나이’ ‘젠틀맨’이란 이미지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언제부터인가 무의식적으로 한 것 같아요. 스스로 정한 굴레 안에서 생각하는 사이에 변화하지 않는 저를 보고 팬들은 떠났죠. 그런 상황이 영화와 비슷한 데다 스스로 그 벽을 깨고 나오고 싶어 이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차인표는 5년 전 이 작품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출연을 거절했다. 그는 “당시엔 간간이 영화 제의도 있었지만 그러다 정체기가 왔다”고 털어놨다.

영화엔 1994년 차인표를 하루아침에 스타로 만들어준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의 장면이 반복해서 나온다. 음악이 나오면 검지를 흔들며 멋진 표정을 짓는다. 차인표의 대표 이미지다. 하지만 이 ‘검지 손가락’은 영화에서 돌연 댕강 잘린다. 그는 “제가 갖고 있던 틀에서 벗어나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며 “팬들도 해방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으로도 기존 이미지를 탈피해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려고 해요. 영화를 본 팬들이 ‘기다렸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행복하고 만족스럽습니다. 더 다양한 모습으로 팬들과 자주 만나고 싶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