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마찬가지로 경기도도 외곽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 남부권에서는 수원과 화성 등 집값이 (전용 84㎡ 최고가 기준) 10억원을 웃돌면서 평택과 오산, 안성 등으로 매수세가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6·17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주춤했던 거래가 살아난 건 물론이고 집값도 상승하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고덕파라곤' 아파트 전용 110㎡(4층)는 지난달 9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 6월만해도 6억5000만~6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임대차보호법 이후 전셋값이 급격히 상승하고 매수세가 몰리더니 급등했다.
지난 11월에 9억원을 넘고 매물이 사라졌지만, 이번에 저층에서 10억원에 육박한 거래가가 나왔다. 6개월 만에 3억원가량이 오른 가격이다. 분양가가 4억7000만원대였던 걸 고려하면 가격은 두배로 뛴 셈이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A공인중개사는 "매물은 거의 없지만, 저층이 10억~11억원에 나와있다"며 "일대의 아파트들 대부분이 매물은 없고 호가만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고덕신도시, 매물 사라지고 호가 '쑥'분양권 가격도 9억원을 넘었다. 지제동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의 전용 115㎡(4층)이 지난달 9억2770만원에 매매됐다. 앞서 6억9870만원(18층)에 나왔던 계약이 취소되는 등 이 단지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평택에서는 고덕신도시, 소사벌지구, 동삭지구 등 주요 신도시와 택지지구의 아파트값은 몇 개월새 수억원씩 뛰고 있다. 2019년부터 입주한 고덕신도시 시범단지 전용면적 84㎡의 경우 6개월에 2억원 이상씩 집값이 상승했다. 매물들은 급감한데다 나와있는 매물들의 호가는 9억원에 근접했다.
'고덕신도시 자연&자이'(755가구)는 지난해 6월만 하더라도 5억원 중반대에 매매가가 형성됐지만, 지난달 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매도 호가는 최고 9억원까지 나와 있다. '고덕국제신도시 제일풍경채'(1022가구) 역시 지난달 7억5000만원으로 최고 거래가를 나타냈고, 호가는 8억원을 넘나들고 있다. 대장 아파트인 '고덕 파라곤'은 매물이 잠긴 상태에서 호가는 9억원을 훌쩍 넘겼다.
평택의 집값이 이렇게 뛴 이유는 △전셋값 상승과 함께 △외지인 투자 △밀려내려온 수요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부터는 세입자 수요가 적극적으로 합세하면서 실거래가를 올리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지제동 B공인중개사는 "예전에 평택은 분양권 거래가 많다보니 외지에서 투자자들도 많았다"면서도 "인근의 동탄신도시가 15억원까지 가다보니 평택도 10억원은 가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를 타면서 최근에는 전세를 끼고 사놓거나 실거주를 생각한 수요자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동탄2신도시의 '동탄역더샵센트럴시티' 전용 97㎡의 경우 지난달 15억원에 거래돼 화성에서 중형 아파트로는 처음으로 대출 제한선인 15억원을 넘었다. 시범단지 일대의 아파트들은 전용 84㎡도 11억~12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전셋값은 6억~7억원에 달하면서 매매로 이동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평택·안성·오산, 매매거래 늘고 미분양 급감평택의 아파트 거래량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평택의 아파트 거래량은 1099건으로 전달(11월)의 825건 대비 33.2% 늘어났다. 지난 6월(1508건) 이후 6개월 만에 1000건을 다시 회복한 것이다. 더불어 안성시와 오산시 또한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이 각각 399건, 486건으로 전달대비 각각 40.0%, 21.8% 증가했다.
평택의 미분양도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평택의 미분양 아파트는 334가구다. 2019년 11월 미분양 아파트가 1619가구인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79.3%가 급감한 셈이다. 같은 기간 안성은 963가구→352가구로, 오산은 38가구→4가구로 각각 63.4%, 89.4%씩 줄었다.
전문가들은 화성시의 집값이 상승하면서 주변 도시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올해(1~10월) 경기도 내 시도간 이동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화성시에서는 2만2297명이 경기도 내 타지역으로 이동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 내 타지역에서 평택시로 유입된 인구 수는 2만8325명 오산시는 8073명 등으로 인구수가 변화하고 있다.
'미분양의 무덤'은 옛말이 됐다. 분양되는 아파트들의 경쟁률은 높아지고 당첨가능한 가점도 치솟고 있다. 지난해말 공급했던 평택·안성 일대의 아파트들은 모두 완판(완전판매)됐다. 동문건설이 평택시 신촌지구 3블록에 후분양으로 공급한 '평택 지제역 동문굿모닝힐 맘시티 2차'(1134가구)와 쌍용건설이 안성시 공도읍 승두리 73번지 일원에 짓는 '쌍용 더 플래티넘 프리미어'(1696가구) 모두 분양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평택에서는 1순위에서 지역 최고 경쟁률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평택시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주상복합용지 Ebc-2 일원에 짓는 '힐스테이트 고덕 센트럴'(660가구)이다. 376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 3만2588건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 86.67대 1로 평택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8일 공개된 당첨 가점도 높은 점수대를 기록했다. 전용면적 84㎡A형 기타지역 1순위에서 73점 통장까지 등장했다. 7개의 주택형에서 해당지역의 2개 타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평균 가점이 60점을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평택은 전국 청약이 가능하다보니 최근에는 규제지역임에도 집값이 상승하면서 무주택자들도 눈여겨 보고 있는 지역이다"라며 "조정대상지역이 되고 주춤하는가 싶었지만, 사실상 전국이 규제지역이다보니 호재가 많은 쪽으로 수요들이 몰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아파트의 집값 상승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역주민인 용이동의 김모씨는 "고덕신도시나 경부고속도로 주변, 지제역 쪽 분양권 같이 외지인들이 선호하는 집들만 많이 올랐을 뿐이다"라면서 "구축 아파트나 시내 쪽 집값은 거의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