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구 소매판매액이 사상 처음으로 월 9000억원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정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가구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지난해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주택 거래량이 급증한 것도 가구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으로 꼽힌다. 가구업계에선 도심 주택 노후화와 대규모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 등으로 당분간 시장의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가구시장 23% 성장국내 가구산업의 연간 총생산액은 약 14조원 규모다. 부피가 커 운송비가 높은 가구 제품 특성상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그친다. 90% 이상은 국내에서 소비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 국내 가구 소매판매액은 1조82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가구 판매액은 지난해 10월 9213억1800만원을 기록했다. 이어 11월에도 9038억8300만원 어치가 팔리며 두 달 연속 9000억원 대 판매액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가구 판매액은 7조42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8% 증가했다. 3분기 누적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3조5742억원으로 전체 가구 판매액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가구 제품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2.2% 급성장하면서 전체 가구 제품 매출액 증대를 견인했다.
가구회사들의 연간 실적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샘은 리모델링 부문 및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가구, 온라인 매출이 지난해 꾸준히 성장하며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1조5153억원을 기록했다. 가구업계 매출 2위인 현대리바트는 지난 3분기에 1조4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14% 증가한 수치다.
한샘 관계자는 “리모델링 부문인 한샘 리하우스 실적이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해 전체 매출이 약 3년만에 다시 2조원대를 웃돈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호실적 유지될 것”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재택학습이 늘면서 가구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재택·원격 근로자는 50만3000명으로 1년 전(9만5000명)에 비해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한샘 관계자는 “집이 단순한 거주 공간에서 일과 취미를 영위하는 목적 추구형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주택매매량은 113만9024가구로 전년(58만6857가구) 대비 66% 증가했다. 수도권은 72% 늘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패닉바잉’이란 말이 나올 만큼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것도 가구업계 호실적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가구업계에선 이런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등 인구밀집 지역의 새 아파트 공급이 뚝 끊기면서 기존 노후 주택을 리모델링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서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4만1000여 가구인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2만1000여 가구, 내년 1만2000여 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또 오는 7월부터 인천계양(1100가구), 남양주진접(1400가구) 등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을 시작으로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점도 호재가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