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사. 할머지 좀 불러줘"
이제 고인이 된 가족들이나 친구와 서로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는 시대가 오게 됐다. 물론 직접 고인들과 대화를 하는게 아니라 가상현실(AI) 챗봇으로 재현된 얼굴과 목소리를 통해서다.
10일 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디지털 유산'을 활용해 고인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AI챗봇을 개발해 미국 특허청에 특허를 신청했다. 디지털 유산은 고인이 남긴 이미지와 음성,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포스팅 내용, 이메일 등 디지털 상에 남긴 각종 데이터를 말한다.
이 챗봇은 AI를 기반으로 이미 사망한 가족과 친구 등이 남긴 디지털 유산을 학습해 고인의 육성과 이미지를 구현한다. 단순히 육성을 들려주는 수준에서 더 나가 사용자와 대화도 한다. 알렉사 등 AI스피커를 통해서다. 화면이 달린 AI스피커인 구글 네스트 허브를 통해서는 3D이미지로 복원된 고인의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MS는 이 사회적 유산을 활용해 단순히 그 사람의 외모와 육성은 물론 버릇과 말투 등도 개인적인 특성까지 상당부분 재현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T업계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고 있다. 고인을 추억하는 방식이 사진이나 영상에서 한발 더 나가 이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영역까지 확대했다는 호평이 나온다. 하지만 "으스스한 경험이 될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테크리퍼블릭은 "고인이 된 누군가와 그의 목소리로, 그의 얼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은 이색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마냥 반갑다기보다는 약간 소름끼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비록 직접 대화를 나누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이미 고인의 영상이나 음성을 디지털로 재창조하는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미국 팝스타인 카니예 웨스트는 지난달 부인인 킴 카다시안의 40세 생일에 맞춰 2003년 세상을 떠난 카다시안의 아버지 로버트 카다시안을 재현한 홀로그램을 선물했다. 생일 파티 무대에 약 3분여간 홀로그램으로 나타낸 로버트는 딸에게 "멋지게 자라주었구나"라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또 그의 사후 11년이 지나 사위가 된 카니예 웨스트에게 "세계에서 가장 천재적"이라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카다시안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출현에 감동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홀로그램으로 보니 마치 유령이 나타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이 AI음악 프로젝트를 통해 2008년 세상을 떠난 혼성그룹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임성훈)을 소환해 주목을 받았다. 기존 노래가 아닌 신곡을 AI가 복원한 터틀맨 목소리로 구현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