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림 "미국 진출…봉인됐던 장타 본능 살리겠다"

입력 2021-01-08 17:06
수정 2021-01-09 02:24

‘장타 여왕’ 김아림(26·사진)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70%의 힘으로만 드라이버를 휘두른다”며 “세게 치면 얼마든 더 멀리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데뷔 연도인 2016년과 2017년엔 장타 4위, 그 뒤로는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2년 전엔 한 번 ‘세게’ 휘둘렀더니 캐리 거리 255야드가 찍혔다. 김아림의 공은 동료들의 공이 멈춰선 곳에 떨어진 뒤 한참 더 굴러갔다.

새해에는 봉인 해제된 김아림의 ‘장타쇼’를 자주 접할 전망이다. 지난해 US여자오픈 우승으로 2년 출전권을 확보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다. 김아림은 8일 “미국에선 코스가 길고 코스 디자인도 달라서 드라이버를 잡을 기회가 더 생길 것 같다”며 “한 라운드에 세 번 정도는 더 드라이버를 사용할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했다. 망설인 美 진출, 부모님 조언 듣고 결정김아림은 지난해 12월 열린 US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해 LPGA투어에 직행한 ‘신데렐라’ 선배들의 계보를 잇게 됐다. 압도적인 비거리를 자랑하는 터라 ‘LPGA투어에서 더 잘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많다. 그런데도 뜻밖의 우승인 데다 미국에서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해 LPGA투어 진출을 놓고 김아림은 망설였다.

김아림은 “부모님이 후회 없는 결정을 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스윙 코치인) 김기환 프로님도 미국에서 잘할 거라고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했다. 김 코치는 “코스를 넓게 쓸 수 있는 미국에서 아림이의 표정이 좀 더 편해 보였다”고 했다.

‘김아림표 장타’는 US여자오픈을 통해 어느 정도 검증받았다. 나흘 평균 255.8야드를 쳐 출전 선수 전체 4위에 올랐다. 공을 멀리 보내면서 그린 적중률도 나흘 평균 전체 5위(69.44%)에 오를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김아림보다 멀리 친다는 LPGA투어 장타 ‘톱3’인 비앙카 파그단가난(23·필리핀), 아너 판 담(25·네덜란드), 마리아 파시(22·멕시코)는 모두 예선 탈락했다.

김아림은 장타 유지를 위해 이번 겨울에도 운동으로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귀국 후 2주간 자가격리를 하면서도 홈트레이닝으로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아림은 “계획했던 피지컬 트레이닝 위주로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숨은 조력자 어머니, 미국 동행그는 미국행을 결정한 만큼 출국 전까지 완벽히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김아림은 미국에서의 성공 조건 1순위로 ‘환경 적응’을 꼽았다. 그러기 위해선 영어가 필수. 유명 영어 강사에게 1 대 1 영어 과외를 받고 있다. 그는 “LPGA투어 진출을 결정하자마자 바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든든한 지원군도 미국 생활을 함께한다. US여자오픈 우승의 숨은 공신으로 불리는 어머니 김호신 씨다. 당시 김씨는 음식을 직접 만들기 위해 취사 시설을 갖춘 레지던스를 숙소로 잡고 딸을 뒷바라지했다. 김아림은 소고기뭇국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대회 내내 마음껏 먹었다고 한다. 김아림은 “엄마가 날마다 정성스럽게 차려준 음식을 먹은 게 가장 큰 힘이 됐다”며 “엄마가 함께 가기로 해 정말 든든하다. 살 빠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어 출국을 서두르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아림은 “안정감을 우선시했다면 한국에 남았겠지만 성장하기 위해선 계속 도전해야 한다.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